총선을 6개월 앞두고 정치권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의 출마가 윤석열 정권 심판의 성격을 더할 수 있어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여기에 탄핵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여권의 내부 분열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전략까지 논의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한동훈 장관의 출마를 내심 반기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이 유력한 대권주자이자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만큼, 정권 심판론에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가 읽힌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건(한동훈 장관의 출마는 국민의힘의) 폭망의 길"이라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가 될 건데 윤 대통령의 오른팔, 왼팔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잘됐다. 분노의 투표장 행렬이 더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 내부에선 한 장관 탄핵 방안이 논의되는 분위기다. 앞서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산하 검사범죄대응TF는 최근 추가 검사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활용하고 있는 검찰은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광범위하게 파괴하고 있다"며 한 장관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10월 국정감사 이후 판단하겠다"며 논의의 장을 열어놓은 상태다.
당이 한 장관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총선을 두고 탄핵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 추진을 통해 그의 출마를 저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한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즉시 한 장관의 직무는 정지되기 때문에 사표를 낼 수 없어 총선 출마도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그의 출마 여부도 사실상 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이 탄핵을 시도하기 전에 한동훈 장관은 출마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경우 한 장관 탄핵 추진으로 국민의힘 내부 분열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의 한 비례대표 의원은 "(한 장관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6개월간 발이 묶여 총선 출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직무 정지 이후 한동훈 반대파들이 결집하는 등의 움직임을 이끌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이 그의 출마에 직접 발목을 잡는 꼴이 되고 대법원에 이어 법무부 수장의 장기 공백 또한 불가피해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당의 지도부 출신 의원은 "국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탄핵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프레임에 빠질 게 뻔하다"면서 "명분이 쌓였고 당내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한 장관 총선 저지와 국민의힘 내부 분열을 위해 그 카드를 쓴다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의 한 지도부 의원도 "한 장관의 탄핵 논의는 그의 직무가 법률 위반 등 심각한 부적격 사유가 있을 때 그 사유를 중심으로 논의 되는 것이지, 야당이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고려할 수는 없다"면서 "상대를 의식하는 행동으론 양당 모두 국민에게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한 장관의 출마는 한 장관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