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추모가 정치적? 황당한 서대문구청[권영철의 Why뉴스]

대전국립현충원에서 100여명 참석한 80주기 추모식, 2년전과 대비
박민식 보훈부 장관, "최고의 예우로 대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
윤석열 대통령 추모화환 두고 실랑이 벌어져
"박정희 때 훈장, 전두환 때 자유시 피해자, 박근혜 때 홍범도함 진수"

연합뉴스

때아닌 이념논쟁의 중심에 선 독립투사. 홍범도 장군의 순국 80주기 추모식이 전국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려야 할 날인데도 추념식 곳곳에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권영철 대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전국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일단 대전 현충원에서 추모식부터 볼까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 및 청산리전투 전승 103주년 기념식이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렸습니다.
   
추모식에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기념사업회 홍보대사인 배우 조진웅씨, 홍범도 장군의 항일무장투쟁의 대하 소설 '범도'의 방현석 작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우원식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뿌리는 임시정부며 독립운동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정통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라면서, "국군의 뿌리는 의병전쟁으로부터 시작된 독립군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는 건 위헌적 발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민식 장관은 추모사에서 "홍범도 장군과 같은 독립유공자를 최고의 예우로 대우하는 것이 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홍 장군은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을 남기셨고, 보훈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모든 국가유공자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뒤 돌려진 대통령 화환. 연합뉴스

◇정다운> 윤석열 대통령도 추모 화환을 보냈나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추모식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추모화환이 도착했는데, 최근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독립운동영웅실 철거를 둘러싼 논란 때문인지, 추모식 참가자들이화환을 거꾸로 세우려고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대전 CBS 김정남 기자가 현장에서 촬영했는데, 영상 잠시 보시죠.


김정남 기자는 "윤 대통령이 보낸 추모 화환이 행사 시작전부터 바로 세워져 있었는데, 추모, 분향이 진행 될 때 일부 참석자가 화환을 거꾸로 돌려 놓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 모습을 본 우원식 이사장이 정리를 해서 추모 화환을 바로 세웠다" 전했습니다.
   
◇정다운> 서울 서대문에서는 행사가 취소될 뻔 했다고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추모 부스는 전국 7곳(서울 노원·서대문, 대전, 안산, 광주, 대구, 춘천) 그리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에 설치가 됐습니다.
   
그런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 민족문제연구소가 홍범도 장군 80주기 추모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서대문구청에 전달했고 어제(24일)까지 허락했는데 오늘 아침 불허하겠다는 연락을 했다는 겁니다.
   
서대문구청이 공문을 보냈는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공원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공원이용 질서유지를 위하여 장소사용을 불허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실장은 서대문 구청과 30여분 실랑이를 벌여 예정된 장소에 부스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운> 2년 전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올 때는 우리 공군 전투기가 엄호 비행을 하고 '최고의 예우'를 했잖아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2021년 8월 15일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서 봉환됐습니다. 홍 장군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습니다.
   
홍범도 장군 순국 제80주기 추모식. 연합뉴스

이렇게 최고의 예우를 했는데, 2년 뒤에는 평생을 항일무장투쟁, 독립전쟁에 투신한홍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내치려는 이유가 뭔지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를 대하소설로 쓴 '범도'의 방현석 작가는 "홍범도 장군은 명예도 권력도, 돈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며, 홍 장군 순국 80주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말했습니다.
   
소설 '범도' 저자 방현석 작가
"홍범도 장군은 모든 것을 헌신했지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그 무엇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핏줄 한 점, 재산 한 푼 남가지 않고 떠나신 분입니다. 우리는 그가 남긴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가 꿈꾸었던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가 꿈꾸었던 나라가 더 행복하고 더 정의로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온 생애를 나라와 동포들을 위해 바쳤던 홍범도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 합니다."

   
방 작가는 비록 소설의 형식이지만 항일무장투쟁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자세로 글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방 작가는 이어 "만주 일대에서 적어도 100개 이상의 항일무장투쟁 조직이 활동했고, 최소 2만여명 이상이 무장투쟁에 참가했지만 우리 교과서에는 21명의 이름만 나온다"면서, "소설에서라도 최대한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오늘 추모식에서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박정희 정부 때 훈장을 수여하고, 전두환 정부에서는 자유시참변 피해자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홍범도함을 진수했다"면서, "홍범도 장군은 어떠한 분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음에도 이러한 지경에 이르게 된 점에 유감스럽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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