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당시 함께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생존 장병이 해병대 제1사단장을 공수처에 고소한다.
25일 군인권센터는 이날 생존장병 A씨가 해병대 제1사단장 임성근 소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씨는 앞서 채 상병이 경북 예천 내성천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됐을 당시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채 상병 등 해병 대원 3명이 선두에서 50~80m 가량 휩쓸렸는데, A씨가 이 중 한 명이다. 이후 해병 대원 5명을 포함해 총 8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가까스로 구조된 A씨는 지난 24일 전역했다.
군인권센터는 "사고 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어 온 A씨가 사고 피해 당사자로서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실이 왜곡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봐왔다"면서 "하급 간부들만 문책의 대상이 되고, 정작 잘못된 지시를 내린 임성근 사단장 등 지휘부가 책임을 면피하고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을 보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 책임을 분명히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전우였던 고 채 상병 사망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오랜 고민 끝에 오늘 임성근 소장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A씨는 입장문을 통해 "(당시) 수색이 보여주기식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이러다 사고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많았다"면서 "그러다 결국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또한 "(채 상병) 영결식 이후 대대장이 보직 해임되고 중대장도 얼마전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꼬리 자르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보여주기식 작전을 하다가 부하를 잃었는데 잘못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윗사람들을 보며 끈끈한 전우애란 다 말 뿐인 거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겪고 있는 일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걸 봤다"면서 "사단장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채 상병과우리가 겪은 일을 책임져야 할 윗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현장에서 해병들이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걱정하던 사람들만 처벌받게 되는 과정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고의 당사자로서 사고의 전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라며 "채 상병 앞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한 나라일 수 있기를, 해병대가 떳떳할 수 있는 조직이기를 바란다"며 고소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A씨의 어머니가 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8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대장 2명의 범죄 혐의만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 해병대 수사에서 혐의자에 포함됐던 임 사단장과 여단장, 중대장, 현장 간부에 대해선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로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