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맴도는 영수회담 제안…'협치' 외치는 여야 속내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4일 전북도청에 열린 전북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22일 '여야 대표 민생 협치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튿날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까지 포함한 '3자 회동'으로 맞받아치면서 논의가 정체된 모양새다. 민주당은 성과를 내려면 대통령이 꼭 함께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수'라고 판단하며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윤 대통령과의 일대일 만남을 요구해 왔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단식 후 회복 치료 중이었던 지난달 29일에도 영수회담을 통해 국정과 민생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정부·여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쇄신 기조를 보이자 한발 물러나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당정 일체'로 인해 변화를 끌어내려면 실권을 가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 의원들은 여야가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협의하던 내용도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좌초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해 정청래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대표를 '바지사장'이라고 칭하며 "윤 대통령과의 실질적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고(故)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제안은 정쟁 목적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여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의미한 것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정쟁을 위한 도전장이지, 협치를 위한 초대장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23일 논평에서 "막혀있는 국회와 어려운 민생을 생각한다면 복귀한 이 대표가 내일 당장이라도 만나자고 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쉽다"고 평했다.
 
결국 여야 모두 민생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챙기기 위해 '협치'를 내세웠지만 공을 던지기만 할 뿐 어느 한쪽도 타협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으로 자신의 격을 대통령급으로 만들려고 하고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와의 단독 회담으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 한다"며 "둘 다 헛된 망상하지 말고 주어진 책무에 전념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수도권 초선 의원도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는 대통령이 가장 큰 문제지만 선거에 참패한 여당 대표가 태도를 바꿔 내민 손조차 외면하고 다시 대통령을 끌어들여 싸우자는 모습으로 가 국민 피로도를 높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 대표가 국회에서 민생 문제 해결 물꼬를 트면 민주당에도 좋은 일이지 않겠나"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해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당장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할 방침으로 대치 국면이 심화할 모양새다. 이어지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도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협치 제스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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