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악한 성범죄자(Sexual Predator)로 불리는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는,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한다.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세 차례 이상 성폭력을 범한 범죄자 중에서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자감독 대상자가 대상이다. 법무부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런 유형의 성범죄자가 300명에 이르고 향후 매년 60명 안팎이 출소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고위험 성폭력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오는 2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정안은 고위험 성범죄자로 분류되는 사람의 주거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무부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고위험 성범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5명에 이르고 오는 25년까지 향후 3년간 매년 60명 안팎이 더 출소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출소하지 않은 고위험 성범죄자는 물론 이미 출소한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거주 제한 명령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보호관찰소장이 성범죄자의 거주 제한 필요성을 살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한다. 이어 검사가 필요 여부를 따져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은 검사의 청구를 검토해 명령을 내린다. 이렇듯 3단계 관문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서만 거주 제한 조처가 이뤄진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원의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광역자치단체 내 공공운영 시설 중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거주시설'에 거주해야 한다. 거주 제한 명령을 받은 고위험 성범죄자는 출소하더라도 자유롭게 살 곳을 정할 수 없다.
다만 어디에 시설이 들어설지, 또 얼마나 운영될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현재 단계에서 시설의 지역이나 개수 등을 설명한다면 건설적인 논의가 왜곡될 수 있다"며 "여러가지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고위험 성범죄자가) 고르게 분포해 있어 지역적 불평등이나 치안상 불균형 등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함께 입법예고한다. 검사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전문의 감정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성도착증 환자에 해당할 경우 성 충동 약물 치료 명령을 청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관련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75명이 성충동 약물 치료를 받았다. 이 중 재범자는 단 한명으로 조사됐다. 한 장관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 여부도 거주지 제한 명령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도록 했다"며 "성충동 약물 치료 효과가 매우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든 고위험 성범죄자가 거주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일각에선 흉악한 성범죄자더라도 이미 법원에서 선고된 형의 복역을 마쳤는데 거주를 일정 시설로 강제하는 것이 헌법상 보장된 거주 자유를 침해하고 이중 처벌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이 보안 처분은 사회 전체를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한 처분으로 형벌로 볼 수 없다. 잘못에 대한 형벌을 응보 개념으로 지우는 게 아니라 위헌도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