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NC 팬도 돌아오게 한다는 '가을 건우'의 미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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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가 '미친 선수'였던 것 같아요"

이 남자가 가을 야구에서 '경기 MVP'의 영예를 안으리라고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에게 늘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가을에 약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 시즌은 확실히 다르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33) 얘기다.

지난 2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SSG 랜더스와 NC 다이노스의 2차전 경기. 2회 초 2사 1, 2루에서 박건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건우는 23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 대 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매 경기 미쳐야 하는 선수가 나와야 하는데 오늘은 그게 저였던 것 같다"며 자신의 활약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선 '미친 선수'가 있는 팀이 승리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날의 주인공은 박건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박건우는 5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데일리 MVP'를 수상했다.

사실 박건우는 신인 시절부터 가을 야구 경험을 쌓아왔다. 이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서 뛴 포스트 시즌 경기만 해도 55경기.

두산 베어스 시절 박건우. 연합뉴스

하지만 당시 박건우는 가을 야구에 유독 약한 면모를 보였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포스트 시즌 55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할 6리, 20타점에 불과했다.

박건우를 달라지게 한 건 다름 아닌 팀의 환경이었다. 박건우는 "이전에는 팀에서 막내였는데 지금은 고참 축에 속한다"고 비교한 박건우는 "이전엔 형들한테 어리광도 부렸는데 지금은 그런 입장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책임감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건우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이날 경기에서 무릎 쪽 부상 부위를 만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박건우는 "주사를 맞아 놨다"며 "지금은 중요한 경기니까 버티면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아프다고 빠질 상황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책임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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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가을 야구에 약했던 박건우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해결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선 1, 2회 연속 안타로 선발 투수 김광현을 괴롭혔고, 8회엔 승리를 확정짓는 안타를 뽑아냈다.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이날 경기까지 3경기를 치르면서 전 경기 안타는 물론, 11타수 5안타로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박건우가 말하는 팀 분위기는 어떨까. 박건우는 "사실 정규 시즌부터 우리 팀은 약하단 말을 많이 들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부담감이 덜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어 "여기까지 온 것도 서로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있다"며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박건우는 "오히려 저희를 상대하는 팀이 더 부담감 가질 것"이라며 "우린 '잃을 것 없다', '경기만 즐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덧붙였다.

7 대 3으로 승리한 NC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 내 베테랑 역할을 해내고 있는 박건우는 "내일 모레만 생각하겠다"며 "후배 선수들도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건우가 가을 야구를 선도하고 있는 NC는 이제 창원으로 넘어가 포스트 시즌 4연승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 NC와 SSG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오는 25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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