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소변 맥주'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칭다오 맥주. 중국의 대표 맥주로 본토는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양꼬치·중식·마라탕 등을 먹을 때 칭다오 맥주를 빼놓을 수 없지만 지난 주말 논란이 됐던 '소변 맥주' 논란 보도 이후 국내 맥주 시장의 판도까지 바꿔 놓을 수 있는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번 논란은 19일(현지시간) 웨이보에 산둥성 핑두시 칭다오 3공장에서 헬멧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한 작업자가 맥주 원료인 맥아 보관 장소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듯한 영상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영상에는 그가 야외에 노출된 담을 넘어 원료 안으로 들어간 뒤 주위를 살피며 소변을 보는 모습이 담겼다.
CBS 노컷뉴스가 '오줌맥주' 논란 시작되고 하루가 더 흐른 지난 22일 오후 편의점, 양꼬치 가게, 중식당 등을 둘러 본 결과 칭다오 맥주에 등을 돌리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울 영등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 모 씨(42)는 "원래 칭다오는 '4캔에 12000원' 이벤트를 해서 손님들이 많이 찾는데 오늘 하루 동안 한 캔도 안 팔렸다"며 "방송에 나왔으니 그 여파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칭다오 맥주 구매 기피 현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A사는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일었던 지난 주말(21,22일) 매출이 전주 주말 대비 13.3% 하락했다"고 전했다. 편의점 B사도 전주 주말 대비 매출이 26.2% 하락했고, 전월과 비교해서는 43.5% 감소했다.
양꼬치 집은 사정이 더 했다. 칭다오 맥주가 올려진 테이블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양천구 목동에서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 씨(60)는 "양꼬치는 주로 칭다오 맥주와 함께 즐겨 평소엔 하루 세 박스(한 박스당 12병)를 판매하는데, 주말 내내 한 박스만 팔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줄어든 칭다오 맥주 소비는 국내산 맥주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었다.
영등포구에서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신 모 씨(62)는 가게 매출표를 보여주며 "오늘은 손님 한 분이 '칭다오 no'라고 하는 것을 듣기도 했고, 지난주 주말에 비해 매출이 20%가량 줄었다"며 "테라·카스 등 한국 맥주나 다른 중국 맥주를 시키신다"고 말했다.
중식당에서 만난 손님 김 모 씨(35)는 "평소 칭다오 맥주를 자주 마시는데, 논란이 된 뉴스를 보고 나서 대신 테라를 시켰다"며 "당분간은 중국 수입 맥주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라탕, '알몸 김치' 사건 등 위생 논란이 잇따르자, 중국 식품 수요 전반을 줄이겠다는 흐름도 보였다.
양꼬치 식당에서 만난 소비자 박 모 씨(26)는 "소변을 본 것도 문제지만 맥주 원료가 외부에 노출돼 있다는 것도 충격"이라며 "중국 식품을 소비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오 모 씨(27)도 "중국 맥주는 물론이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음식이 관리가 되는지 불안하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불매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 모 씨(55)는 "중국 위생 문제는 맨몸으로 김치를 만드는 '알몸 김치' 사건처럼 계속 반복돼 왔는데, 이제 중국산 김치 다 먹지 않냐"며 "어느 정도 화제가 됐다가 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칭다오 맥주의 한국 수입사인 비어케이는 입장문을 통해 "칭다오 맥주는 별도의 공장에서 내수용과 수출용을 생산하고 있으며, 논란이 된 3공장은 중국 내수용 맥주만 생산한다"며 "국내 유통 맥주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식품의약안전처도 21일 영상 속 공장에서 만드는 맥주는 중국 내수용으로 국내에 수입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