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A씨 피해 관련 단톡방을 지난 10일에 만들었는데 현재 참여한 피해자 수가 385명으로 늘었습니다. 이게 한 임대인에게서만 나온 수입니다."
최근 대전의 한 부동산 법인을 중심으로 터져 나온 전세사기와 관련해 한 피해자는 직접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피해자를 모으고 머리를 맞댔다고 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긴급 간담회'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100여 명이 모여 현재 놓인 어려움을 알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더 많은 피해자가 참석을 희망했지만 공간상 들어올 수 있는 수를 감안해 100여 명이 참석하게 됐다고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피해자 일부는 서서 간담회를 지켜보기도 했다.
참석자 상당수는 최근 대전에서 불거진 부동산 법인 관련 피해자였다.
부동산 법인대표 A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지원제도를 악용해 159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A씨는 LH가 운영하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 LH에 제출하는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에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축소·허위 기재한 뒤 제출하는 수법으로 공사를 속여 주택 155채의 임차보증금에 해당하는 159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에서는 재판에 넘겨진 혐의뿐만 아니라 A씨의 부동산 법인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불거지고 관련 고소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이 2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피해자는 "A씨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이 소유한 건물들에서도 같은 패턴으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임차보증금 반환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건물에 거주 중인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20%는 만료 일자가 돌아왔고 60%가 내년 만기가 예정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장에서는 불안감과 분노 못지않게 막막함 또한 감돌았다. 피해자들로 구성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현 전세사기 특별법의 내용과 지원대책에 대해 설명하자 휴대전화를 통해 이를 담으려는 손길들이 분주했다. 특별법에 대해서도, 피해유형별 대응에 대해서도 앞선 피해자가 새 피해자에게 전하고 나누는 모습이었다.
한 참석자는 "피해자가 나서서 무슨 수사관처럼 행동을 해야 하고 어려운 것도 다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그간 집계·추산한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는 229채 2563가구, 피해금액은 2500억 원에 달했다. 이것은 A씨 관련 피해는 일부만 포함된 수치라고 대책위는 설명했다.
피해자가 느는 가운데, 앞선 피해자들의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현재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가구주택의 현실을 감안해 경매를 통해 건물을 떠안고 다세대주택으로 용도 변경을 하는 방안도 자체적으로 강구하고 있지만 법에 가로막혀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 접수를 하는 과정에서도 우왕좌왕이 이어지고, 같은 피해자 간에도 지원에 차이가 난다고 했다.
A씨로 인한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경찰청을 찾았다 경찰서로 접수하라는 설명을 들은 반면, 일부는 경찰청으로 가라고 들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저는 개인회생도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개인회생에 들어갈 경우 변제 기간이 2년으로 줄어들게 됐는데 대전은 여전히 최소 3년이 걸리는 것으로 돼있어요.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인데…"
한 피해자는 "만기가 남은 피해자는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피해자가 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모양새"라고 호소했다. 또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피해자에 대해서도 같은 관심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철민 국회의원과 김민숙 대전시의회 의원, 권지웅 전세사기고충접수센터장, 이영선·박정현 전세피해대책 TF 공동단장, 정의당의 김은실 대전시당 부위원장, 김재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해 피해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약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