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요한 혁신위' 영남 기득권 청산할까…'비대위' 갈림길 김기현

與,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 혁신위원장 인선
5·18운동 때 시민군 편서 통역…수십 차례 방북도
"국민의힘 색깔 중화" vs "정당 혁신 가능할까"
기득권 청산 관건…인요한 "와이프·아이 빼고 다 바꿔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만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인한 첫 쇄신안으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칭)'를 내놓았다. 인요한 연세대 의과대학교수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편에 서서 통역을 맡았고, 결핵 의료지원을 위해 수십 차례 방북을 하는 등 기존 보수당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온 인물로 평가된다.

다만 혁신위가 인물의 상징성이나 전문성과는 별개로 당내 해묵은 숙제인 '영남 기득권 청산'이라는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혁신위 성과에 따라 김기현 체제 유지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인 교수가 약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이를 풀어낼 혁신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기현, '인요한 혁신위'로 돌파구…실패시 체제 유지 어려울 듯

23일 국민의힘은 오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혁신기구의 수장으로 인 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정치 개혁 필요성을 깊이 공감하고 투철한 의지도 갖고 계신만큼 우리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 시키는데 인 교수님께서 최적의 처방을 내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기현 대표는 강서 보선 참패 이후 책임론이 불거지자 '임명직 전원 사퇴'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대표가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불거졌고, 이에 김 대표는 쇄신안으로 △혁신기구 설치 △인재영입위원회 별도 구성 △총선준비기구 조기 출범 등을 선언했다.

이마저도 구인난으로 인해 늦어지긴 했지만 인 교수가 뒤늦게나마 제안을 수락하면서 쇄신의 물꼬를 트게 됐다. 혁신위는 당의 쇄신과 개혁을 이끄는 조직으로 선거 패배 등 당이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꾸려진다.

혁신위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김기현 체제가 내년 총선까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보선 참패 이후 불붙었던 '김기현 대표 책임론'이 2기 지도부 전환과 쇄신안 발표 등으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또다시 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요한 평가 엇갈려 "당 색깔 중화" vs "정당 혁신 가능할까"

인 교수는 구한말 미국에서 온 '유진 벨' 선교사의 증손자로, 4대 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 등을 해온 공로로 2012년 '1호 특별 귀화'한 인물이다. 1959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1992년 최초의 '한국형 앰뷸런스'를 개발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편에 서서 외신과의 인터뷰를 위해 통역을 맡는가 하면, 북한 결핵 의료지원을 위해 형제들과 유진 벨 재단을 설립해 29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바 있지만, 이후 뚜렷한 정치적 행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중립적인 이미지를 가진 인사로 평가된다.

인 교수 인선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호남 출신 사회운동가인데다가 북한과의 활동도 많이 하는 등 우리 당의 색깔을 중화할 수 있는 잘 한 인사라고 보인다"며 "그동안 쭉 쓴소리를 해오는 등 사회 개혁 부문에서의 전문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연 정당의 내부를 혁신하는 데 있어서 그 정도 전문성과 경험을 가질 수 있으실 것인가 그런 부분들이 조금 지켜봐야 되는 부분"이라며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 우리가 불편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인 카드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성패는 '영남 기득권 청산'…인요한 "와이프·아이 빼고 다 바꿔야"

결국 상징성, 전문성 등과는 별개로 '인요한 혁신위'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는 '영남 기득권 청산'이다. 상향식 공천이나 경선시 당원 반영 비율 변화 등 구체적인 경선 룰까지 건드릴 순 없겠지만, '영남권 중진 수도권 출마', '비례대표 험지 출마' 등의 일정 기준을 제시하는 혁신안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 교수 또한 이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권한이 정확하게 어디까지인지 모르지만,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 그 다음에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없다)"라면서 "故이건희 회장님 말씀 중 제가 깊이 생각한 게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라는 말이다.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다만 인 교수는 당내 지도부들 사이에서 내년 총선 연대 신촌세브란스 병원이 위치한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에 인재영입식으로 공천을 받는 인물로 거론돼 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인 교수가 내놓을 공천 혁신안이 진정성을 갖기 어렵게 되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가 심판으로 뛰는 격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 교수는 지난 8월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공부모임 '국민공감'에서 강연자로 나서 "기자가 국민의힘으로 출마하느냐고 그러길래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고 했다"며 출마설을 일축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인 교수가 당내 계파색은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과의 친분이 혁신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인 교수가 '국민대표 20인'에 꼽혀 윤 대통령 취임식에 함께 단상에 오르기도 했고, 김 위원장과는 최근 대담을 나누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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