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졸속으로 추진한 '쇼'였다며 이로 인해 육사 정신이 흐려졌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이념 논쟁을 멈추고 흉상 이전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육사 내에 그의 흉상을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들은 옳다. 이념 논쟁을 접고 민생에 집중하자'고 한 만큼 이제는 이념 논쟁을 멈춰야 한다"면서 "국민의 63.7% 정도가 육사 홍범도 흉상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게 민심이다. 윤 대통령도 국민은 항상 옳다고 하지 않았느냐. 흉상 이전이 민생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 정성호 의원도 "정예 육군 간성을 육성해야 할 육사가 이념과 갈등 문제의 진원지가 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군에서 할 일은 군의 민생을 살피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홍범도 장군 흉상 설치가 문재인 정부 시절 1개월 반 만에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육사의 역사가 왜곡되고 육사 정신이 훼손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안중근 동상이 만들어졌을 땐 2015년 1월에 추진안이 보고가 됐는데 홍 장군 관련해선 추진안이 아예 없다. 공론화와 절차적 과정을 그리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1개월 반 만에 (홍 장군 흉상 제작이) 이뤄지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도 "2018년 3월 1일 제막식이 있었고, 이후 문 대통령이 참석한 그해 육사 졸업식 때 생도들이 흉상 앞에서 모자를 던졌다"며 "졸업식 행사에 맞춰 흉상이 제작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당시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연출했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정환 육군참모총장도 당시 홍범도 흉상 설치 과정이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홍범도 흉상 설치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헌승 의원의 질의에 "1개월 반 만에 설치된 점, 비예산 사업이었다는 점, 절차적 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하게 추진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교내에 흉상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총장은 "홍 장군을 포함해 항일투쟁, 광복운동 등 그들의 업적은 위대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육사의 홍 장군 흉상은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 육사 생도들이 6·25전쟁과 북한학을 배우지 않고도 졸업을 하고,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분의 흉상을 특별히 세우고, 이런 것들이 과연 생도들의 교육과 육사 설립 취지에 맞느냐"며 "대적관을 흐리게 만든, 육사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을 바로잡는 일환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의 이같은 발언에 야당에선 고성과 항의가 이어졌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독립영웅 흉상 설치가 대적관을 흐리게 했나"라고 묻자 박 총장은 "일정 부분 흐리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고성으로 "총장, 정신 차려"라고 소리치며 거세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