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내년에 1.7%까지 추락해 미국보다도 오히려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생산성 저하로 잠재성장률이 곤두박질 치고 있지만, 산업 구조 혁신 등의 특단의 대책이 보이지 않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OECD 발 2%대 밑도는 잠재성장률, 내년엔 미국보다 낮아
23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20년 한국 포함 주요국 연도별 국내총생산(GDP)갭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각 1.9%, 1.7%로 추정했다.OECD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3년(3.5%) 이후 2024년까지 12년간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처음 2%를 밑돈 뒤 내년에는 1%대 중후반까지 떨어진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얼마나 가능하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이다. 한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사용해서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말한다. 즉,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최고의 노력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성장치이다.
주요 7개국(G7)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미국(1.8%), 캐나다(1.6%), 영국(1.2%), 프랑스(1.1%), 독일(0.8%), 이탈리아(0.8%), 일본(0.3%) 순이었다. 내년에는 미국(1.9%)이 0.1%포인트(p) 높아지고, 일본(0.2%)은 0.1%p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1.7%)은 미국(1.9%)보다도 낮아진다.
한국은행도 5년 단위로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데, 이번 제출 자료에서는 자체 잠재성장률 추정 범위를 2021~2022년 기준으로 '2% 내외'로만 공개했다.
한은 추정치도 △2001~2005년 5.0~5.2% △2006~2010년 4.1~4.2% △2011~2015년 3.1~3.2% △2016~2020년 2.5~2.7% 등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령화 속도 너무 빨라, 인구문제 상쇄할 만한 혁신 없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구 문제를 상쇄할만한 혁신적인 생산 구조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정당국도 1%대 잠재성장률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목표가 2% 이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기자들을 만나 "인구구조 트렌드를 보면 2% 정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령화 때문에 점차 더 낮아진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총재는 "한국이 3~4% 성장률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미국도 2% 성장하는데 '일본처럼 0%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소극적인 견해"라며 "노동시장이라든가, 경쟁 촉진, 여성 및 해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개혁하면서 장기적 목표를 2% 이상으로 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부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만한 대책이나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시키고, 어느정도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고 있다"며 "다만, 전반적인 구조 개혁이 맞물려 있는 문제로 특단의 대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