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이 올 시즌 첫 국제 대회 선전을 이었다. 김건우(스포츠토토)와 김길리(성남시청)가 나란히 정상에 오른 가운데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을 눌렀던 황대헌(강원도청)은 연이틀 금메달은 무산됐다.
김건우는 23일(한국 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1위를 차지했다. 1분26초712로 이탈리아의 루카 스페첸하우저(1분26초774)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다만 황대헌은 아쉬움을 남겼다. 함께 경쟁하던 한국 선수들과 접촉이 일어나면서 동반 메달이 무산됐다.
황대헌은 이날 결승에서 김건우, 박지원(서울시청)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지난해 세계 랭킹 1위 박지원이 결승선을 반 바퀴 앞두고 1위에 올라 금메달을 따내는 듯했지만 4위였던 황대헌이 다소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 들며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위를 달리던 박지원이 황대헌에 밀려 중심이 흔들렸다. 박지원이 결승선 바로 앞에서 멈칫한 사이 뒤에 있던 김건우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레이스 뒤 심판진은 황대헌이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심한 반칙을 했다고 판정해 페널티 대신 옐로카드를 줬다. 황대헌은 실격으로 처리돼 메달이 무산됐고, 박지원은 4위로 메달을 따지 못했다.
당초 황대헌은 전날 1500m에서 2분23초666의 기록으로 테인 데스멋(벨기에·2분23초789)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황대헌은 악연이 있는 린샤오쥔과 대결이 펼쳐진 준결승에서 역전 레이스로 1위에 올랐다. 린샤오쥔은 3위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린샤오쥔은 2019년 한국 대표팀 훈련 과정에서 황대헌의 바지를 내리는 장난을 쳤다. 이에 황대헌이 신고했고,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선수 자격 정지 1년 징계를 받아 중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린샤오쥔과 황대헌이 4년 만에 국제 대회에서 만나게 된 것.
황대헌은 멋지게 승리를 거뒀지만 다음날 아쉬움이 남았다. 1000m에서 쌓은 포인트가 모두 몰수됐다. 황대헌은 박지원, 김건우, 장성우(고려대)와 함께 출전한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도 캐나다에 밀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여자 1000m 2차 레이스에서는 김길리가 1분30초998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길리는 마지막 곡선 주로까지 3위였지만 한느 드스멧(벨기에)과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즈월드(미국)가 몸싸움을 펼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김길리는 그러나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이소연(스포츠토토), 서휘민(고려대), 심석희(서울시청)와 나섰지만 넘어지면서 4위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월드컵 1차 대회를 금메달 4개로 마쳤고, 27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월드컵 2차 대회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