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소노가 전신 데이원스포츠 시절이었던 지난 시즌에 불러 일으킨 '감동 캐롯' 돌풍의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있었다.
로슨은 지난 시즌 고양 캐롯 소속으로 정규리그 51경기에 출전해 평균 18.7득점, 9.5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로슨에게는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그는 골밑에서 포스트업을 주로 하는 유형의 전형적인 빅맨이 아니다. 안정된 드리블 기술을 바탕으로 외곽에서도 득점을 창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동료에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는 스페이싱을 기반으로 하는 김승기 감독의 농구에 100% 부합했다. 로슨의 활약에 가드 이정현도 날개를 달았고 슈터 전성현도 수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3-2024시즌 프로농구에서 '로슨 효과'를 누리는 팀은 소노가 아닌 원주 DB다. DB는 로슨을 영입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소노 선수단 입장에서는 속상할만한 결과였다. 로슨과 재계약은 당연했다. 그러나 전신 데이원스포츠의 심각한 재정난으로 인해 타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 재계약 혹은 영입에 박차를 가할 때 소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로슨 효과'에 DB와 소노의 희비가 엇갈렸다.
DB는 22일 오후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개막전에서 홈팀 소노를 110-89로 완파했다.
DB는 3쿼터까지 무려 90득점을 기록하는 등 화끈한 화력전을 펼쳤는데 그 중심에는 로슨이 있었다.
지난 시즌 소노 구단이 누렸던 로슨 효과가 고스란히 DB에게 이식됐다. 로슨은 23득점 10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전방위에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DB는 소노가 자랑하는 3점슛의 위력을 감안해 트리플 포스트 대신 박인웅과 김영현을 중용하며 보다 빠른 라인업으로 맞섰다. 여기에 로슨 효과가 더해지면서 상상 이상의 스페이싱 농구가 구현됐다.
양팀 모두 '파이브-아웃'을 바탕으로 폭넓은 공간을 활용해 공격을 구사했다. 이날만큼은 이 방면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소노보다 DB의 화력이 한수위였다. 더 많은 오픈 기회를 누렸고 더 높은 성공률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로슨의 존재감이 컸다. 외곽슛이 가능한 강상재와 함께 할 때는 스페이싱 농구의 위력이 컸고 김종규와 함께 할 때는 로슨의 패스에서 비롯되는 김종규의 골밑 컷인이 효과를 봤다.
DB는 3점슛 31개를 시도해 무려 18개를 넣는(성공률 58%) 높은 집중력을 자랑했다. 박찬희는 전반에 3점슛 2개를 터뜨렸다. 최승욱과 박인웅은 나란히 3점슛 3개씩을 넣으며 각각 20득점, 15득점을 보태 공격에 힘을 실었다. 알바노는 15득점 7어시스트로 공격을 잘 지휘했다.
로슨을 놓친 소노가 대안으로 선택한 외국인 선수 재로드 존스의 활동 구역은 로슨과 비슷했다. 그는 3점슛 4개를 포함해 31득점을 기록했다. 스코어러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지만 동료를 살려주는 역할에서는 로슨과 비교가 어려웠다.
전성현도 21득점으로 분전했다. 그러나 로슨 효과의 부재로 리딩의 부담이 커진 이정현이 5득점 4어시스트로 침묵한 소노에게는 마땅한 해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