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의 이름 뒤에 따라붙는 수많은 수식어 가운데 일부다. 그는 어떻게 '영웅' '전설' '신화'의 주인공이 됐을까.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20일 CBS노컷뉴스에 이들 수식어를 소개하면서 "임영웅은 워낙 출중한 노래 실력을 지녔다. 그가 부른 노래 덕에 수많은 사람들이 큰 위로와 감동을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강고한 팬덤도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영웅의 행보마다 엄청난 관심이 쏠리는데, 그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도 대중이 뜨겁게 호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며 "우리는 당대를 대표하는 대스타를 목격하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임영웅 전국 투어 콘서트 '아임 히어로'(IM HERO) 부산 공연 표가 전석 매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열린 서울·대구 공연 역시 치열한 예매 경쟁을 낳으면서 모두 매진됐다.
특히 서울 공연의 경우 티켓 예매 오픈 1분 만에 약 370만 트래픽을 달성하면서 매진, 임영웅의 놀라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는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 티켓 역대 최다 트래픽 기록이다.
티켓 예매에 어려움을 겪던 중년 손님을 도운 한 카페 사장의 사연이 화제에 오를 만큼, 해당 티켓 예매 경쟁은 그 자체로 수많은 뉴스를 낳았다.
치열한 예매 경쟁 탓에 표 가격을 수백만 원 이상 부르는 암표상들도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이 불법 거래로 간주하는 예매 건에 대해 사전 안내 없이 바로 취소시키는 등 강력 대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담, 미담, 미담…FC서울 시축·공연 자부담 화제
하재근은 "임영웅은 수많은 선행을 통해 인성 면에서 호평을 받고 사생활도 굉장히 모범적으로 관리해 다양한 미담을 내놓는 인물"이라며 "그 덕에 더 큰 인기를 얻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두터운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영웅의 남다른 인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있으니, 바로 지난 4월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 시축 행사를 꼽을 수 있다.
당시 임영웅은 FC서울과 대구FC 경기 하프타임에 공연을 펼쳤다. 중학생 때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임영웅은 축구 애호가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이날 시축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노래를 선물한 데 이어 경기도 끝까지 관람했다.
해당 경기 공식 관중수는 4만 5007명.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2018시즌 이후 최다 관중 기록이다. K리그 역대 최다 관중 14위이기도 하다.
특히 임영웅은 이날 하프타임 공연 당시 "잔디가 상한다"는 이유로 축구화를 신은 채 공연을 펼쳤다. 함께한 댄서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연을 마친 뒤 퇴장하는 와중에도 뒤돌아보면서 "잔디 괜찮나?"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이 화면에 잡혀 또 다른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해당 시축·공연과 관련한 비용은 모두 임영웅이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댄서를 비롯해 수많은 인원이 임영웅과 함께 움직인 만큼 FC서울 측은 이른바 거마비를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임영웅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며 마다했다는 것이다.
임영웅의 남다른 행보는 팬들 동참으로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당시 시축 행사에 앞서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 역시 "경기의 드레스 코드는 (영웅시대를 상징하는) 하늘색을 제외한 자율 복장"이라며 "영웅시대를 드러내는 의상을 입고 싶겠지만, 축구 팬덤의 또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공지해 눈길을 끌었다.
전 세대 아우르는 '국보급' 목소리…"꿈 놓지 않겠다"
하재근은 "임영웅의 목소리는 가히 국보급이다.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남다른 존재감을 지닌 덕"이라며 "뛰어난 음악적 재능에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 큰 위로와 감동을 주는 가수가 탄생했으니 자연스레 신드롬도 따라붙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스터트롯'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트로트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음악 장르를 통해 자신의 폭넓은 음악적 재능을 알려 왔다. 발라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은 늘 도망가'는 그가 다른 장르도 잘 부르는 가수라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트로트와 발라드는 물론 팝, 힙합, 댄스, 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정규 1집 '아임 히어로'는 그 여정의 첫 번째 결실이었다. 최근 내놓은 디지털 싱글 '두 오어 다이'(Do or Die)는 일렉트로닉 댄스곡이다. 180도 달라진 분위기를 선보인 이 노래가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면서 임영웅의 끊임없는 음악적 도전에도 더욱 큰 힘이 실리고 있다.
임영웅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 입성, 그곳을 가득 메운 1만 8천여 관객 앞에 섰다. 이날 전국 투어 앙코르 콘서트 첫 서울 공연에서 눈길을 끈 것은 관객들 연령대였다. 10대부터 80대, 90대, 100세 이상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임영웅의 영향력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무대 위에 선 임영웅은 "(이곳 공연장에는) 아마 모든 나이대가 다 있을 거다, 8세부터 100세까지"라며 "정말 이때만큼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없는 것 같다"고 감격했다.
그는 "언젠가는 영웅시대 모든 분들 모시고 콘서트를 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한 번 차근차근 올라가 보도록 하겠다. 400석에서 4천 석, 10년 뒤에 4만 석에서 (공연을) 하겠다고 했는데"라며 "우리의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항상 그 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재근은 "임영웅의 경우 현실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인기 스타' 개념을 초월한, 그야말로 신화 속 인물이나 전설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흐름이 있다"며 "80년대 조용필, 90년대 서태지처럼 2000년대에는 임영웅의 이름이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대중음악계는 일부 인기를 끄는 젊은층 위주 음악으로 한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임영웅은 그 틀을 깨고 나타난, 폭넓은 팬층을 지닌 매우 희귀한 '국민스타'로 볼 수 있다"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데다 지금처럼 노력을 멈추지 않으면 앞으로도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