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고금리 공포에 얼룩진 韓증시…한은 총재도 "예단 어려워"

20일 파월 미 연준 의장 "인플레이션 여전히 높아"…고금리 예상보다 장기화할 듯
발언 끝나자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 5% 넘어…16년만에 처음
중동 전쟁 격화되면서 불안 더욱 커져…물가 및 경기에 악영향 우려
이창용 한은 총재 "연말까지 종합적인 상황 지켜봐야"

연합뉴스

미국의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돌파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 지수를 짓누르는 모양새다. 코스피 지수가 23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시간으로 20일 새벽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다는 평가를 내놨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이는 미국의 긴축, 즉 고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놨다.

이와 함께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0001%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 선 위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 전쟁에 이란이 참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 선을 넘어서는 '오일쇼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자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수 있다.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상승률과 경기 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9일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이·하마스 충돌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연말까지 종합적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충돌 사태가 확전되면 글로벌 경기와 물가에 변동성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크므로 일단 동결을 하며 추이를 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은은 같은 날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하마스 충돌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리 증시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2300선도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지난 20일 코스피는 지난 3월 이후 약 7개월만에 2400선 이하로 떨어졌다. 지수는 전장보다 24.26포인트 내린 2319.54에 개장한 뒤 하락 폭을 키우다가 2375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1.69%(40.80 포인트) 내린 수치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148억 원, 637억 원을 사들였다. 기관은 175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4원 하락한 1357원에 개장해 등락을 반복하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5.0원 내린 1352.4원에 마감했다.

NH투자증권은 증시에 겹악재가 번지면서 다음 주 코스피 지수를 2380~2480선으로 내다봤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자산 회피심리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중동 국가들의 실리적 이해관계를 감안했을 때 국제전 양상으로의 확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판단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지기 위해 금리와 전쟁 노이즈가 완화돼야 한다"며 "전쟁은 유가에 주는 영향이 커 금리 상승 성격이 강하지만 불확실성 완화 시점을 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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