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가 32년 만의 우승을 위한 청부사를 불렀다. 지난 시즌 뒤 스토브 리그에서 무려 260억 원을 쏟아붓고도 가을 야구에서 탈락한 가운데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롯데는 20일 "제21대 사령탑에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연봉과 계약금 6억 원씩, 3년 총액 24억 원의 조건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는 자회사 롯데 자이언츠에 190억 원의 유상 증자를 결정했고, 화끈하게 스토브 리그에서 지갑을 열었다. LG 출신 포수 유강남(4년 80억 원), NC 출신 내야수 노진혁(4년 50억 원), 키움 출신 사이드암 한현희(3+1년 40억 원) 등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왔고, '안경 에이스' 박세웅을 5년 최대 90억 원의 장기 계약으로 앉혔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 시즌(PS) 진출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4월까지 1위를 달리며 가을 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역시 '봄데'라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 5월 이후 부상 선수들이 나오면서 공수가 흔들렸고, 6월에는 코칭스태프 내홍까지 겹쳐 순위가 내려가더니 7월 28일 이후 6위로 처진 순위를 끝내 올리지 못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8월말 건강 문제로 사퇴했다. 이종운 감독 대행이 근근히 잔여 시즌 팀을 이끌었다.
김 감독에게 주어진 책임은 막중하다. 3년 임기 동안 우승 비원을 이뤄내야 한다. 김 감독 역시 선임 뒤 "롯데 구단과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모든 감독의 목표는 우승이고, 롯데 감독이 된 내 목표도 당연히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우승 청부사의 경력은 화려하다. 김 감독은 2015년 두산 지휘봉을 잡자마자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고, KBO 리그 최초로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2016년과 2019년까지 3번 정상에 올랐다.
사실 롯데가 다시 올해 스토브 리그에서 전력 보강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 시즌 뒤 FA 3명에 비FA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까닭이다.
다만 김 감독에 대한 취임 선물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김 감독은 두산 사령탑 취임 당시 롯데 출신 좌완 장원준이 4년 84억 원에 FA로 합류했다. 이후 장원준은 두산 왕조의 기틀이 됐다. 이번에도 롯데가 취임 선물을 김 감독에게 안겨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비시즌 전력 보강은 공석인 단장이 선임돼야 이뤄질 수 있다. 롯데는 4년 동안 팀을 이끈 성민규 단장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 단장을 물색 중이다.
김 감독은 일단 선수단 파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어떻게 팀을 만들어 우승하겠다는 말씀을 지금은 드리기 어렵다"면서 "빨리 팀에 합류해서 롯데 선수단을 파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무리 훈련, 스프링 캠프를 통해 2024시즌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LG가 정규 시즌 1위에 올라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롯데는 LG보다 이전인 1992년 우승이 마지막이다. 과연 롯데와 김태형 감독이 우승에 목마른 부산 팬들의 염원을 풀어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