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 청약'은 옛말…계속된 '고분양가'에 수도권 청약도 주춤

서울 고분양가 논란 단지 미계약 봇물
수원·광명 단지도 1순위 마감 실패

박종민 기자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수도권 주요 단지들이 연이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가 계속된 가운데 시세차익이 불투명한 분양가를 내건 단지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청약 열기가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진행된 '트리우스 광명' 1순위 청약에서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몰려 평균 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8개 타입 중 5개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앞서 진행한 특별공급 320가구 모집에도 695명이 신청해 경쟁률은 2 대 1에 그쳤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일반분양 물량 431가구 모집에 218명이 신청해 3개 주택형 모두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두 단지는 모두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다. 트리우스 광명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11억8600만원(최고가 기준) 책정됐는데 지난 5월 분양한 인근 '광명자이포레나' 전용 84㎡ 분양가가 10억4500만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비싸다.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도 전용 84㎡ 분양가가 8억990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인근 단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연합뉴스

서울 청약 시장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공급되는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 16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72가구 모집에 1072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14.88대 1을 기록했다. 전용 59㎡ 11가구 모집에 499명이 신청하며 경쟁률 45.36대 1을 나타냈지만 전용 84㎡는 59가구 모집에 409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6.93대 1에 그쳤다. 호반써밋 개봉은 앞서 진행한 일반분양 190가구 모집에 2776명이 몰리며 1순위 마감했지만 당첨자의 38%가 계약을 포기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전용 59㎡ 분양가는 7억661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인근 단지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그리 비싸지 않다는 판단에 무순위 청약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용 84㎡ 분양가는 9억880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인근 단지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청약자 수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근 '개봉푸르지오' 전용 84㎡의 최고가는 10억5천억원(2021년 8월)이지만 최근 호가는 8억4천만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서울 등 수도권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어지는 분양가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 고금리 기조가 계속 되면서 '적정 분양가'를 따지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만 역세권 등 상대적으로 입지가 우수하거나 분양가 매력도가 있는 단지에는 여전히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공급되는 '더샵 강동센트럴시티는 지난 16~18일 진행한 청약 결과 평균 경쟁률 59.28대 1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는 천호역과 강동역 더블역세권으로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4억150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강동역 초역세권인 '래미안강동팰리스'의 전용 84㎡가 지난 9월 13억8천만원에 실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크게 비싸지는 않다는 평가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7월에 광명센트럴아이파크가 전용 전용 84㎡ 기준 13억원대 분양가를 제시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선 '분양가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정말 오늘이 제일 싸냐'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라며 "서울 아파트값 호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거래는 둔화되는 등 기존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어 '묻지마 청약'보다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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