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9일 '필수의료 혁신전략' 관련 정부 발표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의과대학 정원 폭을 얼마나 키울지는 빠졌습니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특히 필수의료 붕괴가 더 심각한 비수도권의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국립대병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인데요.
자세한 내용, 보건복지부 담당하는 이은지 기자 연결해서 들어 보겠습니다. 이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정부세종청사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윤 대통령이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했는데 다른 추가 설명이 좀 더 나왔는지, 그리고 의대정원 문제가 다시 거론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2시간여 전쯤 이 자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 혁신전략' 관련 브리핑이 있었는데요. 브리퍼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았습니다. 오늘 오전에 윤 대통령이 관련 회의를 주재하긴 했지만 발표 주체는 대통령실이 아닌 주무부처로 바뀐 겁니다.
의대정원 문제는 '수도권 쏠림'으로 인해 거의 고사(枯死) 직전인 지방의료·필수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담겼습니다. 다만, '적으면 500명, 많게는 1천 명에서 수천 명'까지 언급됐던 향후 증원 규모는 빠졌습니다.
정부 발표안(案)에 담긴 표현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의사 수를 늘려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초고령사회 전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의대정원 확대를 추진하겠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그간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의대정원 증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 온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입니다. 또 "의대의 수용역량과 입시변동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며, 단번에 의대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지각변동은 없을 것임도 분명히 했습니다.
조규홍 장관의 브리핑 발언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목표로 그동안 관련 업무와 관련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장의 수용 가능성과 교육 역량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신속하게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앵커]
어쨌든 '내후년을 목표로 꼭 늘리겠다', 이렇게 재확인하는 데 그친 거네요. 사실 증원 규모가 얼마나 될지, 또 어떤 방식으로 확대할지 이런 게 쟁점이었던 거라 이게 빠지고 나니까 좀 '알맹이'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네, 실제로 출입기자들 사이 그런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정부의 공언처럼 2025학년도 대학입시, 즉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입시부터 의대정원이 늘어나려면 올해 안에 밑그림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할 텐데 '이미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발표가 임박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사단체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인데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7일 저녁 소집한 의료계 대표자 긴급회의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사실상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결의문을 낭독한 이필수 의협 회장의 음성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와 같은 의료계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국 14만 의사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즉각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강력히 저항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앵커]
아주 강경한 입장인데,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선 전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건가요?
[기자]
네. 그래서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규모를 대략적으로라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일단은 반발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협은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당시 복지부와 의료계 간 '9·4 합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의대정원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된 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복지부와 의협은 올 초부터 현재까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총 14차례 회의를 가졌는데 아직 의대정원 규모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방송 직전 의협이 이번 발표와 관련된 성명을 내놨는데요. "필수·지역의료의 육성과 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료계도 크게 공감한다"며 필수의료 기피 및 붕괴가 극복될 때까지, 관련 종사자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하고 '충분한 보상'을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의대정원 확대는 큰 틀에서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지만, 그 논의는 당사자이자 전문가인 의료계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의협의 입장입니다.
[앵커]
'필수·지역의료 육성, 지원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의대정원 확대는 의정 협의를 벗어난 논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이런 입장인데, 그럼 (오늘 정부가 발표한) 지방·필수의료 확충 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지금은 지방 환자들이 암을 포함한 중증질환을 치료받으러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신촌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같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원정 진료'가 많은데요. 또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반복된 것도 관할 병원에서 응급환자의 수술이나 입원 등 '원스톱 처치'가 어려웠던 이유가 컸습니다.
앞으로는 비수도권에서도 서울 대형병원 수준의 진료가 가능하도록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 교수정원을 크게 늘리고, 총 인건비·정원 등의 규제도 풀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국립대병원은 연간 임금인상률이 1~2%에 그쳐 민간병원과 비교해 경쟁률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다만 국립대병원의 기관 분류('기타 공공기관')를 완전 변경하는 방식보다는, 필수의료 거점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외상, 분만 등 필수의료센터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혁신적 R&D(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진료와 연구가 병행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립대병원을 지역 1·2차 병원, 지방의료원과 협력하며 지자체 필수의료 자원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사는 곳'에 따라 의료서비스 차별이 있는 걸 줄여보겠다는 거니까요. 방향성 자체는 참 바람직해 보이는데요. 그리고 국립대병원의 소관 부처도 바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금은 전국 17개 국립대병원을 관리하는 부처가 교육부인데, 이걸 복지부로 이관하겠다는 겁니다.
정부는 올 초 발표한 필수의료 대책에 따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전공의 비율을 현 6 대 4에서 내년 5 대 5로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요. 소관부처가 바뀌면 여기에도 더 힘이 실릴 거란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방에서 자란 학생이 해당 지역의 의대를 졸업하고 필수의료 분야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역인재 선발'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의 설명으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한 연구에 따르면 그 지역 출신 학생이 그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 그 지역에서 수련을 하는 경우에 그 지역에 남을 확률은 85%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지역의 인재들을 더 많이 확보하고 또 그 지역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여러 가지 제도와 여건, 그 다음에 수련체계도 개편할 예정이고(..)"
다만 정부는, 오늘 발표한 혁신전략의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긴 힘들 거라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죠. 이은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