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신처'로 활용됐던 병원 폭격으로 중동정세 출렁[정다운의 뉴스톡]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온 가자지구의 북쪽의 한 병원이 17일 저녁 폭격당해 500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전날 터진 이번 사건으로 중동정세가 다시한번 출렁이고 있습니다.
 
국제팀 권민철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병원 폭격 왜 이렇게 사망자가 많이 나왔나요?
 
[기자]
병원 환자 뿐 아니라 이 곳에 대피한 가자 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가자지구는 그 동안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피난처 없는 전쟁터였습니다. 따라서 주민들은 병원 주변에만 머물러 있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걸로 봤던 거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폭격된 가자시티 중심부의 '알 아흘리 아랍병원'은 영국 성공회에서 운영중인 병원이라, 현지에선 더욱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 같고요. 이 때문에 사망자가 500명이나 나왔는데 대부분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합니다. 사망자 집계가 어어질수록 희생자 더욱 나올 거 같습니다. 현지에선 1천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여기서 로켓이 병원을 폭격한 당시 생생한 영상 보고 가겠습니다.
 
ALJAZEERA 홈페이지 캡처

[앵커]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면서요?
 
[기자]
이 소식을 처음 전한 쪽은 가자지구 행정부입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참상이 벌어졌다고 밝혔죠. 그 동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해 쉼없이 폭격을 해왔습니다. 심지어는 가자 북쪽 주민들을 남쪽으로 피신하라고 해놓고는 가자 남쪽 지역도 공격하는 이중적인 행태보여왔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5개의 병원에도 소개령을 발동한 상태였습니다. 이 밖에 학교들도 이미 이스라엘군에 의해 폭격당하기도 한 상태였고요. 따라서 가자 행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은 이유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그렇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엔 확인이 안 된다고 했는데 조금 지나서는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 소행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단체가 '실수로' 쏜 로켓이 병원을 덮쳤다는 좀더 구체적 주장 내놓은 겁니다. 물론 이슬라믹 지하드는 즉각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했습니다. 미국과 그나마 가까운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이스라엘군이 벌인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앵커]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는, 생소한 단체인데요?
 
[기자]
이번 전쟁 국면에서 처음 등장한 단체입니다. 하마스와는 또 다른 무장 정파입니다. 현지에서는 상당히 유명하고 주민들 호감도도 높다고 합니다. 이 단체는 이슬람 형제단에서 독립했는데, 주로 가자지구에서 활동중입니다.
 
[앵커]
그러면 가자지구에서 쏜 로켓이 가자지구 안에서 떨어졌다는 말이 되는데 이스라엘은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죠?
 
[기자]
병원이 폭격당할 당시 이슬라믹 지하드가 쏜 로켓들이 병원 옆을 지나갔다는 이유에섭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슬라믹 지하드가 쏜 로켓이 병원을 맞췄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스라엘은 폭격당시 지하드 로켓이 병원 부근을 지나간 증거 자료를 공개하겠다고는 밝혔었는데, 방금전 이스라엘이 증거라고 공개한 영상은 사건 당시의 영상일 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보기는 어려 보입니다. 앞으로 이스라엘이 어떤 추가 증거를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 누구의 소행인지 말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연합뉴스

[앵커]
누구의 소행이건, 그 것이 의도했건, 실수건 이번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전날 터졌어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 방금전 이스라엘 텔라비브에 도착했습니다. 5시간 정도 체류한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이스라엘 방문 때 정상회담을 연데 이어서 다음날 요르단을 날아가 아랍권 3개 정부 수반들과 공동회담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이후 이스라엘 뺀 나머지 국가들 즉, 요르단 국왕, 이집트 대통령, 팔레스타인 수반이 줄줄이 회담 취소했습니다. 바이든으로서는 이번 중동방문을 통해 ①이스라엘지지, ②이스라엘 전쟁 목표와 전략 청취, ③확전 억제(주변국들에 대한 경고), ④억류 민간인들 석방, ⑤가자지구 민간인 지원 등 5대 목적을 이루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확전 억제나 억류 민간인들 석방 문제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물 건너 갔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전 가능성은 더 커진 거 아닌가요?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 북부 알 아흘리 아랍 병원. 연합뉴스

[기자]
어제 병원 폭발이후 중동 전역은 물론 튀르키예, 북아프리카 튀지니에서도 거대한 반이스라엘 시위가 번지고 있습니다. 참사 당시를 담은 동영상 사진들이 유포되면서 아랍권 분노감이 극에 달하고있습니다. 가자지구와 함께 팔레스타인이 자치중인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시위대와 팔레스타인 당국간 충돌이 빚어졌습니다. 요르단 암만에서는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 급습을 시도했습니다. 이런 반이스라엘 감정이 확전에 불을 당기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반이스라엘 감정 뿐 아니라 반미 감정의 도화선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의 베이루트 미국대사관 앞에선 수천명이 운집한 가운데 거센 항의 시위 벌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단 레바논에 자국민들 입국 금지를 명령했습니다. 현재 아랍권의 정세는 시계 제로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머무는 5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앵커]
이스라엘로서도 상당히 난처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기자]
이스라엘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상당히 기대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기대감'은 '부담'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매우 어려운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상전 돌입시 민간인 피해 방지나 인질 석방 등 답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이었겠죠, 앞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견제도 더욱 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지상전 개시 결정을 쉽게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선, 이스라엘이 지상전 작전 가능성을 열어둔 채 하마스에 대한 고사작전에 돌입하거나, 아니면 전면적 지상작전 대신 단계적이고 국지적 습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중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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