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건설사대표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이 고려됐다.
제주지법 형사2단독(배구민 부장판사)은 1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모 종합건설 대표이사 A씨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해당 건설사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8천만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된 건설사 현장소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그 외 직원과 책임관리자 등 3명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했다.
지난달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건설사에 대해선 벌금 1억 6천만 원을 구형했다.
지난해 2월 23일 오전 10시 10분쯤 제주대학교 학생생활관(기숙사) 1개동에 대한 철거 공사 과정에서 굴삭기를 운전한 하청업체 근로자 50대 B씨가 건물 잔해에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m 높이의 생활관 굴뚝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잔해가 운전석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B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숨졌다.
수사 결과 굴뚝 해체 과정에서 B씨가 철근콘크리트로 이뤄진 전‧측면을 먼저 철거해 철근콘크리트가 없어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후면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하며 사고가 났다.
검찰은 해당 공사 원청 종합건설과 대표이사 A씨가 공사 과정에서 기본적인 안전관리 수칙을 지키지 않아 현장 근로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제주지역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 현장소장 등 나머지 피고인은 건물 구조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아 작업계획서에 굴뚝을 누락하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안전성 평가나 안정 담당자 배치 없이 해체 작업을 진행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범행 내용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있고 과실인 점과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