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위기에 먹튀 논란까지…'카카오 공동체'는 김범수와 임원들만?

16일 종가 4만 3150원, 21년 최고점 기준 4분의 1
사법 리스크 현실화, 임원 배만 불리는 스톡옵션 행사
일부 계열사는 구조조정…물러난 대표는 다시 고문에
경영진 '도덕적 해이' 김범수 내 사람 챙기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증권사, 목표 주가 일제히 내려 잡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윤창원 기자

급전직하(急轉直下). 어떤 일이나 형세가 갑자기 바뀌어 걷잡을 수 없이 막 내리 밀린다는 뜻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현 상황이기도 하다. 21년 6월 30일 17만 3천원을 기록했던 카카오의 현재 주가는 16일 기준 4만 3150원이다. 반토막도 아닌, 반의 반토막이 났다.

주가 뿐 아니다. 회사 안팎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카카오 경영진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위기에 몰렸고,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전 경영진은 또다시 '먹튀(먹고튀기)' 논란이 불거졌다. 문어발로 확장하던 계열사 중 일부는 구조조정 위기에 몰렸는데 재무 담당 임원은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 1억원치를 사 노조로부터 고발 당했다.

사법 리스크 현실화, 임원 배만 불리는 스톡옵션 행사

먼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 우려는 현실화 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시세조종 관여 의혹이 제기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에 따라 남부지검은 배 대표를 비롯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과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 전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격(주당 12만원) 이상으로 띄운 혐의를 받는다. 이번 영장 청구 대상에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는 빠졌지만, 향후 관여 여부를 따지는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먹튀'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에게 먹튀 이미지를 안겨준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에 이어 이달 말 퇴직을 앞둔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겨서다. 스톡옵션은 경영진이 받을 수 있는 정당한 보상이지만, 지난해 초 남궁 전 대표가 취임하며 공언(公言)한 발언 때문에 주주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대표로 내정됐던 작년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단순한 키워드로 임직원, 사회, 주주들에게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자는 결론을 냈다"며 "카카오 주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제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며,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법정 최저 임금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당시 주가 2배 수준인 15만원이 될 때까지 남궁 전 대표가 사실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투자자들은 카카오 주식을 사들이는 등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 카카오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지난 4일 이달 말이면 고문직에서도 떠난다고 밝혔다. 그의 약속은 1년 만에 공언(空言)이 됐다. 지난달 공시된 카카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남궁 전 대표는 올 상반기에 카카오게임즈에 재직하면서 받은 카카오 스톡옵션을 1만 7천원대 행사가로 두 번에 걸쳐 총 23만 7754만주를 팔았다. 스톡옵션으로 94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대표 사임 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며 2억 5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남궁 전 대표가 행사한 스톡옵션은 엄밀히 따지자면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받은 것이지만, 시장은 싸늘하다.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경영진들의 먹튀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등판한 인물이 남궁 전 대표여서다.


법인카드 유용 논란 CFO 정직 3개월, 구조조정 책임자 고문으로

김기홍 전 재무그룹장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도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김 전 그룹장은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가 적발됐다. 상임윤리위원회가 3개월 정직과 결제액 환수 등의 징계 조치에 나섰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노조는 "1억원이 넘는 비용이 지출됐다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출이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까지 큰 비용을 쓸 때까지 발견이 늦어진 건 공개와 공유에 따른 자율규제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측에 △사실 관계를 명확히 확인하고 △지속적인 경영활동 감사, △임원 보상·지원 제도의 투명성 강화 등을 요구했지만, 개선 방안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해당 임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특히 재무 담당 임원의 일탈이 뼈아픈 건 현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희망퇴직까지 받은 상황에 놓여 있어서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수익성 악화에 SM엔터 인수에 따른 출혈까지 겹치며 지난 6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고 지난 7월부터 기존 정원인 약 1100명 가운데 3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백상엽 전 대표가 사퇴했다. 그러나 자리에서 물러난 백 전 대표가 바로 이 회사의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회사 측은 카카오 공동체의 '대표 퇴임 프로그램'에 따른 일반적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회사의 전 수장을 고문으로 내세운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고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경영진 '도덕적 해이' 원인은 김범수의 '내 사람 챙기기' 때문?

카카오 안팎으로 지속되는 논란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질 사람은 떠나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껴안는 게 관행이 됐다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김범수 의장의 이른바 '내 사람들만의 공동체 인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들만 봐도 김 의장이 창업 초기부터 동고동락했던 '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남궁훈 전 대표는 1997년 김 의장이 몸담았던 삼성SDS에서 선후배 사이로 만나 한게임 창업까지 했던 '복심'이었다. 홍은택 대표도 2006년 NHN에 합류한 옛 동지다. 류영준 전 대표 역시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개발하며 카카오 초기 시절부터 함께한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결국 김 의장이 강조한 '카카오 공동체'는 김 의장과 10년 이상 인연을 맺은 '내부 인물'들이 핵심 요직을 독차지한 구조가 됐다. 이에 따라 이들은 카카오 자회사가 상장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방석에 앉았다. 창업 공신이 요직에 앉아 거액을 가져가는 게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부 경영진만의 돈 잔치에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공동체라는 표현이 결국은 김 의장을 주축으로 한 주요 경영진들에게만 통했던 말이 아니냐는 자조도 나온다.

이날 카카오에 대한 3분기 실적 프리뷰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은 카카오 목표 주가를 일제히 내려잡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집중되며 경영진의 자원이 분산되고 있다"면서 배재현 대표의 SM 시세조종 혐의와 김범수 창업자의 가상화폐 클레이 관련 횡령·배임 혐의, VX·헬스케어·모빌리티 자회사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어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사법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 등 지분 가치가 하락한 영향으로 카카오의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한다"며 "아직 실적 회복 신호는 더디게 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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