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 확장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10주년을 맞아 17일부터 수도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1박 2일 일정으로 개최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열리는 이번 정상포럼에는 러시아를 비롯한 친중 국가들이 모여 우의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일대일로 구상 밝힌지 10년…152개국 참여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이 17일과 18일 양일간 베이징에서 열린다. 올해는 지난 2013년 시 주석이 처음 일대일로 구상을 밝힌지 1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더욱 뜻깊은 행사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을 육.해상으로 잇는 신(新)실크로드 사업이다.
중국은 실크로드 선상에 위치한 국가들과 단순 경제협력을 넘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이후 10년간 저개발국이 많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규모 자본을 빌려주며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중국이 그동안 쏟아부은 돈만 9620억 달러(약 1,400조 원)에 달한다. '부채의 덫'이라는 비판도 거세지만 일대일로 참여 국가는 152개 국가와 32개 국제기구로 늘어났다.
이에따라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정상포럼은 그동안의 성과를 자축하는 동시에 중국을 중심으로 일대일로 참여국들 간 우의를 다지고, 협력을 더욱 공고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러시아 등 친중국가에 권위주의 진영 대거 참석
실제로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정상포럼에는 140개 국가와 30개 국제기구에서 4천여 명이 참여한다. 2017년 열린 1회 정상포럼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고, 2019년 열린 2회에 비해서는 규모가 줄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빅토로 오르반 헝가리 총리,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 라닐 위크라마싱하 스리랑카 대통령,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니기 총리, 카심 셰티마 나이지리아 부통령 등이 정상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에 이미 도착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지난 3월 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러시아를 떠나지 않고 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7개월여 만에 다시 시 주석을 만날 예정이다.
중국 측이 정상포럼에 참석하는 국가와 정상급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속속 도착하고 있는 대표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친중국가들로 채워졌다.
이와함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집권 세력이 된 탈레반도 일대일로에 대표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의 참석은 이번 정상포럼 참여국들이 주로 권위주의 진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정부 시절 열린 지난 1,2회 정상포럼에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이번에는 공식 초청도 받지 않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다. 다만, 대표단 차원이 아닌 중국 측이 개별적으로 접촉한 정부 관계자 등의 참석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에 맞선 대규모 세과시…중동 전쟁은 악재
이번 정상포럼은 일대일로 10주년에 열리는 행사인데다 시진핑 체제 3기 출범 이후 중국에서 열리는 최대규모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중국 측에서 행사진행에 각별히 신경쓰는 모양새다. 또, 관영매체들은 정상포럼이 열리기 오래전부터 앞다퉈 일대일로의 성과를 홍보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특히 '디리스킹'(위험제거)을 명분으로 미국을 중심으로한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견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우방을 만들기위해 10년동안 공들인 일대일로를 통해 대대적인 세과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벌어지면서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대거 포진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은 이번 정상포럼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국가들의 참여율이 저조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주요 참여국의 코 앞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일대일로 성과를 자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그 근간이 되고 있는 '패트롤 달러 체제'(원유 구매 비용을 달러로만 지불하는 체제) 흔들기에 집중하고 있고, 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중동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대일로 포럼을 계기로 중동 국가들과 원유 구매 관련 위안화 결제 비중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지역정세 악화로 관련 논의가 진척을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포럼에서 달러를 대체하는 위안화 거래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이를 계기로 위안화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중국 측의 희망사항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