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권한대행, 후임 대법관 임명제청 절차 진행 않는다

발언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로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된 가운데 대법관들이 회의를 열고 내년 1월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가 '현상유지 원칙'인 점을 고려한 조치다.

대법원은 16일 오후 2시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대법관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은 대법관 회의에서 "권한대행의 권한은 잠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현상유지가 원칙"이라며 "통상적인 업무에 속하는 사항은 그 권한을 행사하되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유보하거나 자제하는 방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권한대행은 이런 입장을 기초로 대법관 회의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을 참고해 전원합의체(전합) 심리를 비롯해 사법행정 등과 관련한 대행권의 범위를 정했다.

대법원. 연합뉴스

우선 대법원 권한대행이 사건의 시급성과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전합에서 심리할 사건의 선정 및 선고 여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의 충실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 및 전례 등을 참고해 권한대행이 대법원장의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대법관들의 의견이 모아진 데 따른 조치다.

관심을 모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 대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인선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법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은 헌법상 대법원장의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이 이를 행사할 수 있는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가급적 논란이 불거질 소지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대법관들은 후임 임명 제청의 사전 절차로서 천거 등 일부 절차 진행을 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임명 제청권을 위한 사전 절차는 진행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일자로 임기를 마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인선 절차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이 계속 지연될 경우 3명의 대법관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도 우려된다.

대법원은 다만 법관 인사와 관련해서는 법관의 연임은 권한대행의 주재하에 그 절차를 진행하기로 하고, 2024년 법관 정기인사와 법원공무원에 대한 정기인사 일정도 종전에 고지된 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향후 대법원장 임명 절차의 추이를 지켜보며 필요한 경우 다시 대행 범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법관들은 대법원장 공백에 따른 대법관 임명 제청 절차 지연 등으로 인해 심판권 등 대법원의 기능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이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신속한 대법원장 임명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는 오는 17일 자로 서울고등법원으로 전보 발령돼 올해 연말까지 사법연구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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