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운명이 예상된 격랑 속으로 들어갔다. 당초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지도부가 크게 흔들릴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당직자 사퇴 등 인적 출혈에 대해선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압력에 의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라는 조치가 취해졌다.
남은 최대 쟁점은 김기현 대표의 거취 문제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당 대표까지 끌어들여 묻는 것은 여러 함의를 지닌다. 우선 김 대표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지지를 받고 전당대회를 거쳐 현재 자리에 올랐다. 그런 김 대표를 단기간에 끌어내리는 것은 '지난 판단'의 과오를 인정하는 셈이다. 칼 자루를 쥔 윤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크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복권 조치했고, 당이 경선을 통해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한 것 역시 '윤심'의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선거 참패가 궁극적으로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문제가 인사를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김 대표를 대체할 인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난점 중 하나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14일 나온 조치는 선출직 당직자 일괄 사퇴 카드였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이철규 사무총장과 박성민‧배현진 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유상범 대변인 등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통점은 김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라는 점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선출직 최고위원들(조수진‧김병민‧김가람‧장예찬)과 소속 의원들이 뽑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은 일단 자리를 보전했다.
이 같은 사퇴의 폭은 당초 예상보다 커진 것이다. 인적 쇄신이 아예 없거나 1~2명 선에서 그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뭉갠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여론의 압박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용퇴 명단에서 빠진 것을 놓고선 일각의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를 통해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김 대표를 겨냥했다.
오는 15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총선기획단 등 김 대표가 기획한 당 수습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이번 임명직 사퇴 건을 계기로 어떤 안건이 올라올지 주목된다.
당내 기류는 김 대표의 책임을 대놓고 묻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오는 16일부터 당무감사가 예정돼 있다. 사무총장이 공석이 되긴 했지만, 남은 지도부 구성원의 평가에 따라 공천 여부가 걸려 있는 소속 의원들은 비판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남은 지도부 구성원들 역시 당직이 박탈되면 공천을 보장받기 어려운 처지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상황 판단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단 김 대표에 의해 교체가 필요한 당직들을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리더십의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의 교체가 가능할 것인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한 당직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수습 전망과 관련, "김 대표의 리더십에 달린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김 대표가 수습책을 내놓되 향후 여론의 반응에 따라 추가적인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는 "당의 안정과 발전적 도약을 위한 임명직 당직자들의 결단을 존중하고, 그 뜻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임명직 당직자들의 사의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당이 되도록 면모를 통합형으로 일신하고, 민생을 우선으로 하며, 개혁정당으로 발전적 도약을 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임명직 최고위원급인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등의 인선과 새 사무총장 등을 추천하고, 그 내용을 통합형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당 대표 직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