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화백은 지난 2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 화백은 수행하듯 반복해서 선을 긋는 '묘법'(escrite) 연작으로 '단색화 대표 화가'로 불리며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57년 한국 최초의 앵포르멜 작품인 '회화 No.1'을 그렸다. 한국 단색화의 시초가 된 작품이다. 그는 이후 작품 시리즈에 '묘법'이라는 제명을 붙였다.
1967년 시작한 묘법 작업은 캔버스에 흰 유화물감을 바른 후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시대를 지나 1982년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도구를 이용해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후기 묘법시대,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자연의 색을 작품에 끌어들인 유채색 작업까지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는 2010년 회고전 간담회에서 "묘법은 도(道) 닦듯이 하는 작업"이라며 "그림이란 작가의 생각을 토해내는 마당이 아니라 나를 비워내는 마당이며 내가 나를 비우기 위해 수없이 수련하는 과정이 바로 묘법"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2015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서 열린 '단색화'전이 해외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을 열었고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이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962~1997년 모교인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홍익대 미대 학장(1986~1990)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과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등을 받았고 제64회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제주도에 건립 중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은 이날 오후부터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