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공수 맹활약이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태극 마크를 단 이후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기존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캡틴 김민재는 지난 13일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와 A매치 평가전에서 전후반 내내 상대 공격수들을 원천 봉쇄하며 만점 수비를 보였다. 공격에서도 송곳 같은 전진 패스와 적극적인 드리블까지 선보이며 이름값을 완벽하게 해냈다.
쐐기골에도 관여했다. 김민재는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크로스를 헤더 슛으로 연결했고, 공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됐다.
김민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잘해서 만들어 낸 결과"라고 4 대 0 대승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무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에 수비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첫 주장 완장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김민재는 "부담감은 없었다"고 당당히 답했다. 그러면서 "주장은 감독님이 따로 정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허벅지 쪽이 좋지 않아 이날 경기에서 빠졌다.
그동안 클린스만 호는 경기력과 결과에서 아쉽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이날 경기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대표팀이 거둔 가장 좋은 경기력과 결과였다.
김민재는 이에 대해선 "선수들끼리 소통을 많이 한다"며 "훈련 중 수비를 개선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이번 경기를 앞두고 수비적으로 잘 갖춰놓으면 공격하고 있어도 역습당할 일이 없다고 강조하셔서 그 부분을 많이 신경 썼다"고 전했다.
후반 21분. 이강인이 올려준 코너킥이 김민재의 머리로 향했다. 김민재는 이 공을 받아 골대 쪽으로 강한 헤더를 날렸고,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수 야시네 메리아의 몸에 맞고 골 라인을 통과했다.
이 골은 공식적으로 메리아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김민재는 "제 골이 아니어도 어떻게 됐든 골이 들어간 게 중요하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무실점이 더 중요하다"며 세계 최고 수비수다운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긴 김민재는 리그 7경기를 전부 선발로 나섰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2경기, 슈퍼컵 경기까지 연속으로 경기에 출장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혹사 논란'까지 제기되는 상황. 이에 김민재는 "힘들지 않은 선수는 없다. 다들 힘드니까 저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현재 거의 시즌 막바지이기 때문에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도 나폴리에 부상 선수들이 있어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 몸 관리를 잘해서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튀니지전을 완벽하게 마친 클린스만 호는 오는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경기에서 3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