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주 후반 '의대 정원 증원' 발표할 듯…500명 이상 유력

조규홍 복지장관, 국감서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반영토록 노력"
김원이 의원 "국민 과반 '현원 최소 10% 이상 증원' 공감대 형성"
尹, 직접 발표 나설 듯…'의료계 패싱' 논란에 의사단체 '부글부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정부가 내주 후반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다음 주중 의대정원 확대 일정과 규모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 등의 전언에 따르면, 날짜는 20일을 넘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브리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정원 확대는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프라의 붕괴가 가시화되면서 시급한 현안으로 주목받았다. 중증응급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에 이른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반복되는 배경엔 해당 분야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앞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비슷한 문제의식 아래 의대정원 증원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올 1월 말 조규홍 복지장관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참석한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를 시작으로 의·정 협의가 재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논의 테이블에는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의 복수 안건이 올랐지만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의대정원 확대'였다. 의대 정원은 지난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조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당시에도 "의사 수 확충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규모가 2025년도 입시부터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다음 주 정부 발표안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는 대입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복지부는 구체적 증원 규모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최소 '500명 이상' 정원을 늘릴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거론된 구상으로는 2000년 의약분업 시 줄였던 10%(351명)를 다시 늘리는 안(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을 늘리는 안 등이 있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는 판단 아래 이보다 큰 규모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 15.7회로 최다인 반면 임상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천 명당 2.6명으로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었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여론이 무르익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국민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241명)는 의대 정원을 '1천 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300~500명 내외(16.9%·170명) △500~1천 명 내외(15.4%·154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즉, 응답자의 과반(56.3%)이 현 의대정원에서 최소 10% 이상의 증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재 교육부 산하에 있는 국립대병원을 복지부 소관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비수도권일수록 지역의료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립대병원이 '지역완결형 필수의료'의 실질적 거점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다.

고도의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가급적 '관내' 3차 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에서 처치가 마무리되게 하겠다는 의미다. 필수의료 확충의 일환으로 국립대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국감 당시 지역 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두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만큼 조만간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 이관에 대해서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발표가 의료계를 '패싱'한 채 진행됐다는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지난 8월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다양한 주체를 의대정원 논의에 포함시켰을 때에도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설령 시민사회계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의료계 의견이 배제된 채 증원안이 확정되는 '변수'는 상상할 수 없었다는 반응이다.
 
의협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약 알려진 대로) 의대정원 확대가 발표된다고 하면, (정부와) 사전에 소통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지금까지의 노력이 쓸모없는 과정이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간호법 대란' 당시보다 더 강한 반발이 잇따를 거란 우려도 나온다. 다소 이르지만 총파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추후 양성될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확실한 지원책 없이는, 의대정원 증원이 공허한 '포퓰리즘'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20년 (9·4) 합의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협의체를 계속 열어 왔지만,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의정 합의를) 기다리기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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