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가짜 녹취록' 원본을 확보하고 선거 직전 허위 보도가 이뤄진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후보 개인이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포인트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녹취 속 대화와 정반대 내용이 보도된 배경과 전후 사정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부장검사)은 대선을 8일 앞둔 작년 3월 1일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가 보도한 '최재경 녹취록'이 실제로는 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보좌관 최모씨,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사촌 이모씨 등 세 사람의 대화 녹취록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관련 내용을 허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다. 해당 영장을 보면 김 의원과 보좌관 최씨는 2021년 12월 이씨를 만나 부산저축은행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세 사람의 대화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목도 영장에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와 관련해 당시 대검 중수부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개인이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쟁점으로 포인트를 잡아 접근할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김 의원 측에 얘기했다.
"윤 후보보다 고위직이던 최재경 전 중수부장 등의 법조비리 문제가 있었고, 윤 후보는 상급자들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제가 (이재명)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 번 만들어보겠다.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대답했다. 최씨도 "국힘 사람들이 10년 동안 해 먹은 거. 이런 그림을 만들면 성공"이라고 덧붙였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그러나 허 기자는 문제의 기사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씨 사촌형 이씨와 최재경 전 검사장의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의 수사 무마 의혹을 짙게 하는 취지로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이씨가 "조우형이 김양 심부름꾼이었거든요. 솔직히"라고 말하자 최 전 중수부장이 "그래. 그거 윤석열이 한 말이지"라고 답을 한다. 녹취 속 실제 대화와는 정반대 내용일 뿐 아니라 발화자도 보좌관 최씨에서 최 전 검사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검찰은 최씨와 민주당 정책전문위원 김모씨, 김 의원 등이 녹취록이 조작·변조되고 보도되는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잡았다. 최씨와 김씨가 녹취록을 허 기자에게 전달했고 의도적으로 허위 보도를 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최씨와 김씨 두 사람은 특위 상황실장과 조직팀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허 기자는 전날 검찰 수사에 대해 장문의 입장문을 공개하면서 신학림 및 김만배, 민주당 관계자 등 누구와도 친분이 없다면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최재경 녹취록을) 보도했다. 갑자기 조작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듯 해 그저 당황스럽다"고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