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사자' 또 있다?…동물원에서 죽어가는 멸종 위기 동물 한 해에 400마리 꼴[노컷체크]

5년동안 멸종위기종 동물이 2천마리 폐사
5년 동안 25마리 사자 폐사…자연사 5마리 뿐
20마리 사인…질병, 사고, 안락사
동물원 멸종위기종 동물 10마리 중 6마리가 사고사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논란이 됐던 김해 '갈비사자'가 지난 7월 5일 오후 새 보금자리인 청주동물원 사육장 입구 앞에서 입장을 망설이고 있다. 연합뉴스

◇조태임>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동물원에서 죽는 동물들이 주제네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선정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10일 <최근 5년간 전국 동물원에서 멸종위기종 약 2천마리 폐사>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사라져가는 동물을 보호하는 게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동물원에서 귀한 멸종위기종 동물이 2천마리나 폐사하다니 믿기지 않는 소식인데요. 그래서 팩트체크를 시도해봤습니다.
 
◇조태임> 국정감사 자료인 것 같은데요. 일단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선정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윤 의원은 환경부에 최근 5년 동안 전국 동물원에서 죽은 멸종위기종 동물에 관련된 자료를 요청해 제출받았습니다.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동물원에서 죽은 멸종위기종 동물은 1983마리로 나타났습니다. 동물들도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죠. 그래서 동물원에서 살고 있던 멸종위기종 동물들도 노쇠해 죽고 병에 걸려 죽습니다.

그런데 사고나 질병으로 죽은 동물이 많다면 동물원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윤건영 의원은 "보호해야 할 멸종위기종이 정작 동물원에서 자연사가 아닌 질병 등으로 폐사하고 있는 현실이 확인됐다"며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적절한 환경 조건이 조성되고 있는지 등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부경동물원에 있던 '갈비 사자' 바람이의 모습.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모습이다. 부산동물학대방지협회 제공

그 근거로 윤 의원은 전국 동물원에서 폐사한 천연기념물 동물의 현황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자연·노령사로 폐사한 천연기념물은 136마리였는데, 병사·질병 및 사고사로 폐사한 천연기념물은 71마리로 확인됐습니다. 굉장히 동물이 동물원에서 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죽는다는 뜻이죠.
 

◇조태임> 네 굉장히 많은 매체들이 이 내용을 보도했어요. 그런데 뭔가 더 있다면서요?
 
◆선정수> 제가 워낙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추가 취재를 좀 해봤습니다. 윤건영 의원실에 원자료를 요청해서 입수한 뒤 분석한 건데요. 원자료는 광역지자체별로 관내의 동물원마다 폐사한 멸종위기종 동물의 종(種)과 폐사일, 폐사원인, 멸종위기종 구분 등을 집계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죽은 호랑이는 33마리로 나타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생존하고 있는 전체 야생호랑이 개체수가 3천마리 정도로 추산되는 것에 비하면 놀랄 만큼 많은 숫자입니다. 이 가운데 19마리는 질병 또는 사고로 죽거나 안락사 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자는 최근 5년 동안 25마리가 죽었습니다. 이 가운데 20마리의 사인은 질병, 사고 또는 안락사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동물원에서 죽은 멸종위기종 1983마리 가운데 사인이 자연사로 분류된 개체는 679마리(34.2%)에 불과했습니다. 사인이 노령(129마리, 6.5%)으로 기재된 사례와 합쳐도 40.7%에 그칩니다. 동물원에서 죽는 멸종위기 동물 10마리 가운데 6마리는 질병 또는 사고가 원인이라는 뜻입니다.
 
◇조태임> 그런데 동물원에서 살든 야생에서 살든 동물도 생물이니까 언젠가는 죽게 마련일텐데요. 동물원 동물의 수명은 야생상태와 비교하면 어떨까요?
 
◆선정수> 야생에서 살아가는 동물은 먹이경쟁, 천적, 날씨 및 계절·기후변화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습니다. 따라서 야생에서 사는 동물들이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받고 천적에게 습격당할 우려가 없는 동물원 동물보다 수명이 짧다고 합니다. 그러나 동물복지를 외치는 사람들은 동물원 동물들이 야생에서의 본성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서식환경이 절실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결과에서처럼 사고라든지 질병에 걸려 죽든다든지 한다면 야생에서보다도 수명이 짧을 수 있는 거죠. 이번 조사에선 죽은 희귀동물의 나이를 밝히지 않았는데요. 환경부와 동물원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야생에서 누리는 수명보다는 더 살게 해줘야 그 동물들한테 덜 미안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태임> 동물원 정책을 담당하는 환경부 입장은 뭔가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선정수> 환경부는 10일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오는 12월14일부터 동물원·수족관 허가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라며 "개정안은 동물 특성에 맞는 서식환경 제공, 전문 검사관을 통한 허가기관 전문성 강화, 안전·질병 관리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동물의 생태특성을 고려한 사육시설과 적정한 전문인력이 갖춰지면서 동물복지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로 고친 동물원법이 시행되면 동물원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겁니다.
 
◇조태임> 12월에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이 시행되는군요. 구체적으로 뭐가 바뀝니까?
 
◆선정수> 12월 시행될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이 이전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동물원에 살고있는 동물의 복지 증진을 국가·지자체 및 동물원 운영자의 책무로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할 의무만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새법은 "(동물원)보유 동물의 복지 증진 및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해 생명존중 가치를 구현하고, 야생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 운영이 허가제로 바뀝니다. 보유동물 종별 서식환경 기준 및 동물원 또는 수족관의 규모별 전문인력 기준 등을 충족해야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동물원 바깥으로 동물을 이동시켜 전시하거나 동물에게 공포와 스트레스를 주는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행위를 하거나 관람객에게 시킬 수 없습니다. 종전 규정에 따라 동물원 등록을 한 경우 새법에 따른 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지만, 2028년 연말까지 새법에 따른 허가 요건을 갖춰 허가를 받도록 정했습니다. 먹이주기 체험을 하던 동물원들은 이제 2028년 이후에는 찾아볼 수 없게 되는 셈이죠.
 

◇조태임> 동물원을 없애라고 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많다면서요?
 
◆선정수> 네 인터넷신문 뉴스토마토가 지난 4월 5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동물원 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8.5%로 나타났습니다. 찬성은 61.5%였습니다.
 
동물원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넓은 야생에서 살던 동물을 좁은 동물원에 가둬놓고 인간의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에는 그 어떤 동물복지도 깃들 수 없다>는 게 골자입니다.
 
반면 동물원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동물원은 보전, 연구, 교육, 위락의 4대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빠진 동물들이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돕고(보전),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이해하고(연구), 일반인들이 동물을 접할 기회를 부여하고 동물에 관한 지식을 전파하며(교육), 동물원에서 휴식과 즐거움을 느끼는(위락) 기회를 갖게하는 것이죠.
 
논란의 출발점은 '과연 동물원에서 사는 야생동물이 야생의 본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가?'일 겁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좁은 철창에 동물을 가둬놓고 먹이를 던져주는 방식으로는 바뀌어가는 세상에서 도태될 게 분명합니다. 자연스럽게 적은 비용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의 민영 시설은 점점 더 존폐 위기로 몰릴 겁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 시설도 동물복지를 구현하면서 수지를 맞춰나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받아들게 된 겁니다.
 
새 법은 공영 동물원이 기부금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놨습니다. 동물원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분들은 동물원에 기부하는 걸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동물 복지 구현에는 비용이 수반되지만 동물원이 없어지기 바라는 사람들은 세금이 쓰이는 걸 원치 않을 테니까요.
 
◇조태임> 새 법이 시행되면 동물원의 동물들은 복지를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요?
 

스마트이미지 제공

◆선정수> 눈높이를 어디에 맞출 거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 종별 서식환경 기준을 대통령령, 즉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시행령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사육시설은 적정한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규정이 돼 있는데요. 호랑이나 사자, 코끼리, 코뿔소 등 대형 포유류는 워낙 야생에서 넓은 영역을 차지하면서 사는 동물들입니다. 우리나라 최고 동물원인 서울대공원 같은 경우를 봐도요. 청계산 자락 한 군데에 자리잡고 있잖아요. 그런데 야생에서는 호랑이 한 마리가 이 청계산을 영역으로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제시하고 있는 보유동물의 복지 증진을 위해 적절한 서식환경을 과연 확보할 수 있을까요? 동물원 동물이 어느 정도 면적을 차지하고 살아야 복지를 누린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청계산 전체를 호랑이 동물원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굉장히 열악한 동물원들은 문을 닫게 되고 공영동물원들은 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있죠. 그러나 여전히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대형 야생 동물을 동물원이라는 닫힌 공간에 가둬놓는 것이 동물복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조태임> 우리나라보다 동물 복지에 관한 논쟁이 먼저 일어난 선진국 동물원들은 어떤 추세인가요?
 
◆선정수> 동물이 원래 살고 있던 곳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짜여진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대형 포유류에겐 넓은 면적의 공간을 제공하고 마음껏 움직이게 하는 거죠.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하구요. 코뿔소는 원 서식지와 비슷한 진흙구덩이에서 몸을 비빌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죠. 우리는 동물원하면 사람이 동물우리 앞에 잔뜩 몰려서서 동물을 구경하는 광경을 떠올리지만 해외 유수의 동물원은 동물이 사람을 구경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동물에게 넓은 면적을 제공하죠.
 
우리나라 자료를 보면 남미 고산지대 동물인 과나코가 2020년 2월, 기습강설 및 한파로 인한 한랭쇼크로 죽은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동물원 안에서 홍금강앵무새가 코아티의 공격을 받아서 죽은 사례도 있었구요. 피라루크 15마리가 같은 수족관에서 사고사로 죽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 동물원이 동물을 잘 보호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조태임> 동물원 참 추억이 많은 장소에요. 그래서 동물원에 대한 문제 의식이 거의 없던 게 사실인데요.   이제는 우리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된 것 같네요. 모아모아팩트체크 뉴스톱 선정수기자였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오디오클립, 팟캐스트, 유튜브 '노컷'을 통해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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