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 지시는 누구? 과기정통부 국감의 화두

11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
이종호 "6월 이후 최선 다해 예산 구조조정"
野 "절차 무시…새 예산안 짜여진 배경, 절차 깜깜이" 비판
조성경 과기차관, 국감서 尹대통령과 대화 공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R&D 카르텔 척결이라는 말이 나온 후 예산이 삭감된 것이냐
=대통령은 R&D 카르텔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나눠먹기 근절이라고 생각한다.
-R&D 카르텔 용어는 없다?
온정주의가 문제이며 R&D 예산 구조조정 중이다로 이해하면 되나?
=카르텔적 측면이 있다. 대통령이 발언을 안 하셨다는거다.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R&D 삭감 누가 지시해서 진행된 사항인가?
=재정전략회의 결과로 원점에서 재검토 된 사안이다.
-대통령이 지시했나?
=재정전략회의에서 그 결과가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장)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는 단연 내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집중됐다. 정부는 국회에 25조 9천억원의 R&D 사업 예산안을 제출했다. 올해 대비 5조 2천억원(16.6%) 줄어든 규모다. 초유의 대규모 삭감안을 놓고 야당은 '졸속' 추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통령 한 마디'에 예산안이 뒤집어졌는지를 놓고 추궁이 이어졌다. 정부는 제대로 된 R&D를 위한 구조조정 결과였다고 맞섰다.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수위원회 때 계획에 의거해 R&D 예산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었으면 각 부처 뿌려주고 국가기술과학자문위원회 심의를 하고 혁신본부가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기재부에 6월 말에 보내면 된다"면서 "다 밟았음에도 막바지 의결 단계에서 대통령이 '노(no)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①대통령의 방침이란 게 지극히 추상적이거나 ②그때는 지침이 없었는데 나중에 생겼거나 ③대통령이 지침을 명확하게 주었는데도 과기정통부가 수행을 못했거나 ④항명했거나 사지선다(四枝選多)다.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종호 장관은 "답이 없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답을 에둘러 피했다.

당초 내년 R&D 예산 배분 조정안은 법에 따라 촘촘한 절차에 의해 진행돼 왔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6월 28일 재정전략회의에서 갑자기 R&D 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튿날 과기정통부는 각 부처에 R&D 예산안 삭감 조정안을 다시 내라고 했다. 각 부처에 준 시간은 주말 포함 딱 4일이었다.

조 의원은 이때부터 새로운 예산안이 어떻게 짜여졌는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정부가 주지 않았다며 "왜 깜깜이냐. 그러니까 졸속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법정시한을 넘긴 8월에 신규 조정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조성경 1차관은 이날 "정직하게 말하겠다"며 "6월 30일 제출할 날짜가 명기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법을 지키지 못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예산안이 짜여지는 과정에서 생산된 자료 말고도 R&D 예산 원전 재검토 지시 이전에 마련됐던 내년도 정부 R&D 원안을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의원들이 자료 요청 건수가 7000건이 넘는 상황이고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다 하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며 "(6월 안과 같은 자료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 등 내부 검토 자료기 때문에 제출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또 '예산이 왜 두 달 만에 바뀌었는지와 비효율 제거,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는 야당 의원 질의에 대해 "두 달이 짧은 시간이라고 하지만 최선을 다해 (비효율을 제거하는 등) 예산 구조조정을 했다"며 "미래세대 연구원들이 창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전화를 돌리며 많이 챙기는 등 배려했다"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의 R&D 예산 삭감 지시 주체에 대한 추궁은 지속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R&D 예산안이 대통령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는데 그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어찌 돌아갔는지를 듣고 싶다고 하자, 조성경 1차관은 "(대통령실에서) 지침으로 하지 않은 이유는 장관님께서 있으니까 부담스럽기도 해서 내려보내지 않았다"면서 "지속적으로 소통을 했는데, 저희가 얘기했던 절박함과 부처에서 해왔던 바가 있기 때문에 그 강도의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대통령 비서관에서 차관으로 내려올 때 윤 대통령이 당부했던 비공개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그는 "예산은 사실 대통령실에서 건드리지 않았다"면서 "부처 차관으로 내려올 때 윤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있다. '예산은 건드리지 마라. 예산을 건드리라는 게 아니다. 잘 배분해서 제대로 쓰게 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조 차관은 "중간에 재정전략회의에 가는 과정은 저희한테 다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그 사이에 어떻게 이런 결정이 됐는지 사실은 저희도 그날 당일 알았고, 대통령께 직접 여쭤보진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다른 분에게 R&D 예산은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됐냐고 물어봤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예산을 가지고라도 이걸 해야 우리가 구조개혁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R&D 예산 삭감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장관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용돈을 줄이면 정당하더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R&D 예산 삭감의 문제를 단순 '예산 삭감'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여줘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용돈 비유를 취소했다. 야당 측에서는 단순 액수 삭감 문제가 아니라 절차 위반과 과정에서의 깜깜이를 지적한 것인데 장관이 이 사안을 이 정도 수준으로 대한다니 놀랍기 짝이 없다는 뒷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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