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⅓ 가자지구, 생지옥된 가나안 땅[정다운의 뉴스톡]



[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사실상의 5차 중동전쟁이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에서 나온 사망자 숫자만 2천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국제팀 권민철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먼저 사망자 숫자 하룻새 또다시 급증했네요?
 
[기자]
이스라엘쪽 사망자 1200명으로 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쪽은 가자지구 사망자가 900명을 넘었습니다. 가자지구 사망자중 어린이도 최소 120명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인공위성 사진으로 가자지구를 보니,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팔레스타인은 성경의 '가나안땅'에 해당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천국'으로 칭해지던 곳이 지금은 '생지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아직은 전쟁이라고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돌입할 거라고 예고를 했었죠? 지상전 준비 정황들도 속속 파악되고 있다구요?
 
[기자]
현지시간 화요일 밤부터 지상전 준비 징후들이 감지됐습니다. 국경선 부근 이스라엘 주민들에게 준비태세가 발동됐다고 하고요. 72시간 동안 필요한 대피 물자를 충분히 마련하라는 것입니다. 월요일부터는 예비군 소집령도 발동됐습니다. 해외 거주중인 예비군들도 속속 집결중입니다. 이스라엘 항공사도 이들을 위해 특별기를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전체 예비군 36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는 50년 전인 73년 10월 6일 발발한 4차 중동전쟁 이후 가장 큰 숫자입니다.
[앵커]
그 동안은 이스라엘이 주로 전투기와 포탄 로켓탄을 이용한 공중공격을 했는데, 앞으로는 육상 전투를 벌이겠다는 거죠?
 
[기자]
가자지구는 서울 강남3구에 강동구, 영등포구, 관악구를 합한 면적입니다. 인구는 230만명입니다. 강남권 4개구 인구와 비슷할 정도로 밀집도 높습니다. 이미 폭탄 수백톤이 떨어져 폐허로 변했습니다. 앞으로는 지상군을 투입해 완전히 절멸시키겠다는 겁니다. 국경선과 나란히 242번 국도가 있는데, 이 도로에서 이스라엘의 탱크과 헬기들이 기동중입니다. 가자지구는 2007년 하마스 통치하에 들어가면서 이스라엘이 육해공 모든 면에서 봉쇄를 내렸는데, 지금은 모든 공공서비스가 끊겼다고 합니다. BBC 기자의 현지 중계 일부 들어보시죠.
 
[BBC기자]
"연료도 공급 안되고, 병원에는 의약품도 없습니다. 보건당국은 48시간내에 병원 필수 의료용품도 모두 동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쿵…)"
 
[앵커]
마지막 소리도 포탄 떨어지는 소리 같은데, 아까 이스라엘에서 이미 수백톤의 포탄을 가자지구에 쏟아 부었다고 했는데,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피해가 상당히 컸겠어요?
 
[기자]
알자지라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생존할 장소는 물론 숨쉴 장소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오늘 한 여성 언론인(Plestia Alaqad)이 가자지구 내부에서 기록한 비디오 일기를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대목 들어보시죠.
 
[Plestia Alaqad]
"여기에 온 가족이 모였는데, 창문에서 떨어진 곳에 있으려고 하는데요… 쾅쾅쾅"
 
[기자]
이렇게 대피할 곳이 없어서 주민들이 몰려드는 곳이 학교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스라엘군이 이 학교들까지도 포격하고 있는데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따르면 최소 4개의 학교가 폭탄을 맞았다고 합니다. 현재 83개의 학교를 임시 피난소로 이용하고 있는데, 학교에만 13만 7천명이 대피중이라고 하고요. 플레스티아 알라카드(22세)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말 그대로 안전한 곳이 없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48년 나크바 상황이 이제 이해가 간다"고 적었습니다.
 
연합뉴스

[앵커]
48년 나크바 상황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48년 팔레스타인 대학살을 말합니다. 서방에서는 이를 1차 중동전쟁으로 부릅니다. 배경설명을 드리면, 팔레스타인은 1차대전 전후 영국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1차대전 이후 영국은 유태계와 손을 잡습니다. 전쟁에 필요한 자금과 무기를 조달하는데 유태계의 도움을 받은 겁니다. 영국은 그 대가로 세계 곳곳에 떠돌던 유태인들에게 팔레스타인 이주를 허가합니다. 반면 2000년 넘게 그 곳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쫒겨납니다. 나크바는 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우면서 전국적으로 500개가 넘는 팔레스타인 마을과 도시를 파괴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 당시 팔레스타인 1만 5천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살도 많았습니다. 나크바 사건 이후 팔레스타인 땅의 78%가 이스라엘로 넘어갔고, 그 결과로 지금의 이스라엘 국경선이 거의 완성됐습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75만명이 터전을 잃고
이스라엘 인근 지역으로 피신해 살게됐습니다. 이른바 '팔레스타인난민'이라는 게 바로 그 피란민들과 후손들인데, 현재 6백만명이 58개의 난민촌에서 거주중입니다. 가자지구는 그 가운데 가장 큰 난민촌으로 보면 됩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1만 5천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했었던 역사가 있었군요? 지금의 상황만 보고 전쟁의 선악을 구분하기는 좀 어려워 보여요.
 
[기자]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도 최근 성명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원인을 제공했다, 이스라엘 잘못이다는 내용입니다. 뉴욕에서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이런 흐름이 없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 정세가 대부분 서방 시각에서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제3자이기 때문에 충돌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을 가지고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제가 나크바 사건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100년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핵심만 정리해놓은 게 노컷뉴스에 있으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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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지만, 이번 하마스의 공격 과정에서 저지른 만행 또한 분명히 지탄받아야겠지요?
 
[기자]
물론입니다. 하마스가 토요일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급습한 곳이 키부츠입니다. 키부츠는 이스라엘 지역 공동체를 말하는데, 음악축제가 열린 한 곳에선 260구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또 다른 키부츠에서도 104구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당시 하마스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처형하는 모습을 처형당한 사람의 휴대폰으로 찍어서 이를 공개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자신들의 잔인함을 지구촌에 알릴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입니다. 이스라엘측은 피해자들 가운데 참수, 머리가 잘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

[앵커]
시리아와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고, 전쟁물자를 실은 군수송기가 오늘 이스라엘에 도착했다는 소식도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계속 지켜봐야할 거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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