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프로 테니스 투어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이 세계의 높은 벽에 도전한다. 특히 항저우에서 한국 테니스에 13년 만의 아시안게임 복식 동메달을 안긴 백다연(21·NH농협은행)이 상승세를 이을지 관심이다.
백다연은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하나은행 코리아오픈 2023' 단식 1회전을 치른다. 상대는 옐레나 오스타펜코(17위·라트비아)다.
오스타펜코는 2017년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해 코리아 오픈까지 정상에 오른 오스타펜코는 이후 3년 연속 한국을 찾았다.
단식 세계 랭킹 573위로 이번 대호 와일드카드를 받고 출전한 백다연에게는 부담스러운 상대다. 오스타펜코는 올해도 US오픈에서 당시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누르는 등 메이저 대회에서 2차례 8강에 올랐고, 6월 영국에서 열린 로스시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랐다.
다만 오스타펜코는 지난해 백다연의 소속팀 1년 후배 정보영에게 고전한 바 있다. 정보영은 당시 668위로 19위던 오스타펜코와 풀 세트 접전 끝에 1 대 2(4-6 6-3 6-7<2-7>)로 졌다. 3세트 타이 브레이크까지 갈 정도로 선전했다.
백다연은 지난달 국제테니스연맹(ITF) 국제여자테니스 1차 영월 대회에서 정보영을 4강전에서 꺾은 바 있다. 영월 대회에 앞서 8월 일본에서 열린 ITF W15 삿포로 3차 대회까지 2개월 연속 정상에 올랐다.
또 백다연은 정보영과 지난달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김수정-이진아(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동메달을 따냈다. 오스타펜코의 힘에 열세가 예상되지만 백다연이 장기인 끈질긴 수비로 상대를 괴롭히며 범실을 유도한다면 접전도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장수정(164위·대구시청)은 소피아 케닌(31위·미국)과 1회전에서 만난다. 케닌은 2020년 호주 오픈 우승, 프랑스 오픈 준우승 등 메이저 대회에서 강했고, 올해 샌디에이고 대회 준우승으로 부활을 알렸다. 장수정은 2018년 뉴포트비치오픈에서 케닌을 2 대 0으로 누른 바 있다.
한나래(236위·부천시청)와 구연우(540위·성남시청)는 9일 1회전에서 탈락했다. 한나래는 아란차 루스(51위·네덜란드)에게 0 대 2(1-6 3-6), 구연우도 중국계 미국 선수 클레어 류(98위)에게 0 대 2(3-6 3-6)로 졌다.
이번 대회 톱 시드를 받은 제시카 페굴라(4위·미국)도 1회전을 치른다. 올해 역대 개인 최고 랭킹인 3위를 찍은 페굴라는 호주 오픈, 윔블던 8강에 이어 WTA 1000급 대회인 캐나다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 어머니와 갑부 미국 아버지를 둔 페굴라는 2019년에는 랭킹 78위로 출전해 본선 1회전에서 탈락했는데 4년 만에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최지희(NH농협은행)는 박소현(성남시청)과 함께 복식 1회전에 나선다. 최지희는 한나래와 함께 2018년과 2021년 이 대회 복식 정상을 합작한 바 있다. 2004년 첫 대회 조윤정-전미라(이상 은퇴)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지만 2회 우승은 최지희-한나래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