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등 수도권에 빌라와 오피스텔을 여러 채 보유한 부부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고소장이 경찰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70억원 상당으로 파악되는데, 경찰은 임대인 부부가 사기 목적을 갖고 계약을 맺었는지 '고의성'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
"임대인 부부 잠적"…현재 피해규모 70억원 상당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임차인들이 임대인 A씨 부부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임차인들 다수는 A씨 부부와 1억원~2억원 규모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지만, 이들 부부가 잠적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53건이 접수됐으며, 피해 규모는 70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는 다수의 부동산 법인을 소유하면서 수원과 화성 등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등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계약이 종료될 시점이 되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고 임차인들은 설명한다.
피해 규모는 추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단체 채팅방에는 500여명이 들어와 있다. 부동산 관계자와 취재진 등이 포함된 것을 감안해도 추가로 고소장이 접수될 가능성이 크다.
'멘붕'빠진 피해자들 "어떻게 해야 하나요"
피해 임차인을 중심으로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임차인들은 "소송을 해야 하는 건가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임차인들은 자신이 입주한 건물명을 언급하면서 피해 상황을 공유하거나, 고소 방안을 묻기도 했다.
사건 이후 A씨 부부는 임차인들에게 입장문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부부는 "작년 말부터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전세가 하락으로 버티기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며 "재임대까지 어려워지며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차인들에게 제때 고지하지 못한 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에 깊이 사죄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임차인분들의 안정적 보금자리를 찾아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임차인들과는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사기 고의성' 확인 방침
경찰 수사는 '기망의 고의성'에 맞춰질 전망이다. 사기 혐의가 성립되려면 범행의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경찰은 A씨 부부가 임차인들과 계약을 맺을 당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을 인지하고 있었거나, 돌려주지 않을 생각이었는지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앞서 지난 6월 경찰은 '동탄 전세사기 의혹'의 피의자로 오피스텔을 보유한 부부와 공인중개사 등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 역시 임차인들이 계약 만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당시 부동산 시장에서 화성 동탄 등지의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이른바 '역전세'가 심화된 상황에서 이들이 '무자본 갭투자'로 건물을 사들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경찰은 A씨 부부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리는 한편, 이들의 고의성 여부 확인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소인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