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에 KBS 수신료를 사전통지 없이 부과한 한국전력공사(한전)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정부가 한전을 상대로 낸 수신료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
앞서 한전은 2020년 대구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영내 외래자와 독신자 숙소에 다수의 TV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3개월 치 수신료를 부과·징수했다.
제11비행단은 한전을 상대로 수신료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한전이 수신료 부과 전 법령 등 근거를 통지해야 하는 행정절차법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방송법 시행령상 군 및 의무경찰대 영내에 갖추고 있는 수상기는 등록의무가 면제된다고도 주장했다.
1·2심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의견 청취, 이유 제시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소송에 보조참가한 KBS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국가기관은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영내에 있는 TV라도 공용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에만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KBS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의견청취, 이유 제시 규정에 따른 절차를 이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하는 행정행위라도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보면 행정기관의 처분에 의해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