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곡 '일레븐'(ELEVEN)부터 연이어 대박을 터뜨려 히트곡을 이미 여러 곡 보유하고 있고, 각종 신인상은 물론 대상까지 거머쥐며 '4세대 대표 아이돌'로서 위치를 공고히 한 아이브. 아이브는 초등학생 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직접 아이브 단독 콘서트를 관람해 보니, '초통령'이라는 수식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관객 연령대는 다양했으나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주인공은 초등학생, 그중에서도 여자 초등학생이었다. 함성의 평균 음역을 따지자면 아이브 콘서트가 가장 높지 않을까. 어린이 팬들을 배려한 듯, 유치원 선생님처럼 나긋나긋하고 다정한 말투로 깍듯한 존댓말을 하는 아이브의 모습도 귀엽고 색달랐다. 무엇을 묻든 "슬퍼요!!!!!" "예뻐요!!!!!!!" 등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쏟아낸 초등학생 관객들의 반응을 듣는 것도 아이브 콘서트만이 지닌 특별한 재미였다.
때론 붉게 타오르고, 얼음같이 차가운 느낌의 푸른빛으로 변하는 것을 화면으로 구현한 '로열'(ROYAL)은 콘서트에 맞춰 록 버전으로 편곡해 두 번째 곡으로 공개했다. 다크하고 강렬한 비트가 인상적인 '블루 블러드'(Blue Blood)까지 마치고 나서야, 아이브는 관객석에 인사를 건넸다.
장원영은 "저희의 꿈이었던 단독 콘서트로 월드 투어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서가 "'아이브'라는 이름만큼 가진 걸 모두 보여드리겠다는 의미로 (투어명을) 지어봤다"라고 하자, 레이는 "저희 보여드릴 게 진짜 많지 않나"라고 거들었다.
'일레븐' '러브 다이브' '키치'(Kitsch)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등 지금의 아이브를 있게 한 대표곡 겸 메가 히트곡뿐 아니라, 올해 4월 낸 첫 번째 정규앨범 '아이 해브 아이브'(I've IVE) 수록곡 다수가 세트리스트에 포함됐다. 특히 '아이 해브 아이브' 수록곡은 전 곡 무대로 올라갔다.
자아와 주체성이라는 주제는 아이브가 발표한 타이틀곡을 관통하는 분명한 주제였다. 데뷔 1년 4개월 만에 낸 첫 정규앨범은 아이브가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채로운지"를 펼쳐낸 결과물로,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를 뽐내는 곡으로 채워져 있었다. 초반부에 배치된 '히로인'(Heroine)은 멤버들의 화음이 돋보이는 신비로운 분위기 곡이었고, 인스타그램에서 착안한 '아이브스타그램' 화면으로 가사를 띄운 '체리쉬'(Cherish)는 비비드하면서도 통통 튀는 느낌이 강조됐다.
돌출 무대 앞에 설치된 리프트를 활용해 상체 위주의 안무를 선보인 '립스'(Lips)는 곡 전반에 깔린 소스와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이지 리스닝 곡이었다. 댄서들과 함께 우산 퍼포먼스를 선보인 '마인'(Mine)은 미니멀하면서도 독특한 플럭 사운드 도입부터 편안하게 귓가에 스며드는 노래였다. '섬찟'(Hypnosis)과 '마이 새티스펙션'(My Satisfaction)은 아이브의 '오싹함'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지난 6일 발매된, 가장 따끈따끈한 신곡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무대 역시 이날 콘서트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사랑이 궁금한 소녀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뮤지컬 영화처럼 풀어낸 '오프 더 레코드'는 그루비한 기타 소리가 돋보였다.
가을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세븐 링스'(7 rings)를, 레이는 이하이의 '머리어깨무릎발'을 혼자 불렀다. 둘이서는 크러쉬의 '러시아워'(Rush Hour)를 불렀다. 한층 더 성숙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다음에 나온 장원영과 리즈는 리처드 샌더슨의 '리얼리티'(Reality)를 듀엣으로 불러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리즈는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다"라고 소개했고, 장원영은 무대 시작 3초 전 리즈의 제안으로 손을 잡는 퍼포먼스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가 히트곡이 나올 때 관객석의 열기도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날 관객석에서 가장 자주 소환된 곡은 '러브 다이브'였다. 모두 다 일어나서 공연을 즐기기 시작한 '낫 유어 걸'(NOT YOUR GIRL) 바로 다음 곡이었기에 관객들은 흥을 만끽했다. 아이브는 '키치'와 '애프터 라이크'로 본 공연을 마쳤다. 마지막이라는 걸 알리자, 관객석에서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앞서 언급한 초등학생 팬들은 '마지막 무대'니까 "하지 마요!"라고 하거나 무대 위를 떠나지 말라는 의미로 "가지 마요!"라고 목청 높여 외쳤다.
오래 지나지 않아 13일 발매 예정인 마지막 타이틀곡 '배디'(Baddie) 티저 영상이 공개됐고, 아이브는 다시 무대에 섰다. 앙코르 첫 곡은 장원영이 작사한 새 앨범 수록곡 '오티티'(OTT)였다. 포근한 분위기지만 중독성 있는 훅과 코러스가 귓가를 맴도는 곡이었다. 이때 멤버들은 2층 관객석을 구석구석 누비며 조금 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 후에는 콜라 브랜드 펩시와 협업한 '아이 원트'(I WANT)를 부르며 무대로 돌아왔다. 멤버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마무리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메인보컬인 리즈의 가창력과 라이브는 든든하고 편안했다. 꼭 위로 솟아오르는 고음만이 아니더라도, 음역을 가리지 않고 많은 곡에서 안정성을 견인했다. 충분한 실력을 갖춘 만큼, 리즈를 더 적극적이고 다채롭게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독보적인 비주얼과 깔끔한 무대매너로 큰 함성의 주인공이 된 장원영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가을은 매끄러운 무대를 펼치는 것은 물론, 멤버들의 감정을 추스르며 도닥이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본인만의 개성이나 톤으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가져간 멤버는 레이였고, 기대 이상의 보컬로 듣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멤버는 이서였다.
아이브는 마지막 곡으로 정규 1집 수록곡 '궁금해'(Next Page)를 선곡했다. "이렇게 공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 정말 꿈 같고 너무 감사하고 끝나가는 이 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도 "오늘이 끝이 아니"(모두 장원영)라고 분명히 밝힌 아이브는, 앞으로 아시아·미주·유럽·남미 등 19개국 27개 도시에서 월드 투어를 이어간다. 오는 13일에는 첫 미니앨범 '아이 해브 마인'으로 컴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