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4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대만 야구의 힘은 놀라웠고 특히 마운드가 굉장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과 결승에서 마지막 4이닝을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책임진 류즈롱의 호투는 한국 야구 팬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7일 중국 항저우 인근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야구 결승전은 한국의 2-0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설치된 공동취재구역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 했다. 공동취재구역 안에서는 양팀 선수들의 동선이 겹치기도 한다.
대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기하던 류즈롱은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강백호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두 선수는 악수와 포웅을 나누면서 서로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아시안게임 우승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두 선수의 우정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대만 취재진과 인터뷰를 먼저 끝낸 류즈롱은 이후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를 마친 강백호를 기다렸다가 다시 만났다.
양국 취재진의 요청에 두 선수는 포즈를 취했고 가볍게 마지막 인사를 주고 받았다.
강백호는 "류즈롱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서로 자국에서 대표팀을 같이 했던 선수다. 저와는 8년째 친구이자 연락을 자주 했던 좋은 친구"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냐는 질문에는 "좋은 무대에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고 답했다.
강백호와 류즈롱의 우정은 대만 취재진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지난 6일 한국과 중국의 슈퍼 라운드 최종전이 끝난 뒤 경기와 무관하게 류즈롱과 친분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강백호는 "선수촌을 같이 써서 좋은 얘기를 많이 나눴다. 성인이 되기 전에 대표팀에서 두 번 만났던 선수인데 이렇게 성인 대표팀에서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고 좋은 투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은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에 참가한 나라 중 가장 경쟁력이 강한 팀들답게 서로 1승씩 주고 받으며 치열하게 싸웠다. 승부는 승부일 뿐이고 끝나면 다시 친구로 돌아가는 게 스포츠의 매력이다. 우정은 국경을 초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