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양궁이 2위라고?' 인도의 金 싹쓸이, 컴파운드에서 갈린 희비

4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혼성 컴파운드 결승전 주재훈, 소채원이 경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결과는 은메달.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양궁의 판도가 뒤바뀌다. 양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78년 방콕 대회부터 11회 연속 종합 1위를 달성한 한국이 정상에서 내려왔다.

무려 45년 만인데 인도가 그 자리를 꿰찼다. 인도는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이번 대회 양궁 종합 1위에 올랐다. 특히 컴파운드 종목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해 신흥 강국의 탄생을 알렸다.

한국은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로 종합 2위로 내려앉았다. 리커브 종목에서 금메달 4개(남자 단체, 여자 단체, 여자 개인, 혼성전)를 쓸어 담았지만, 컴파운드 종목이 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에 그친 게 아쉬웠다. 컴파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소채원(현대모비스)이 첫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은메달을 획득해 무산됐다.

기계식 활을 쓰는 컴파운드는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한국은 금메달 2개를 차지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수확해 양궁 강국의 입지를 더욱 굳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인도가 컴파운드 종목을 독식했는데, 남자 컴파운드 3관왕을 차지한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컴파운드는 올림픽에서 아직 정식 종목이 아니지만, 2028년 LA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도 컴파운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양궁선수권 컴파운드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해 종합 1위에 올랐다. 이전 대회에서 은메달 8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던 데 비하면 가파른 성장이었다.

한국도 이에 발맞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을 지휘하는 양창훈 감독은 "컴파운드 종목은 외국인 코치를 영입해서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록적인 면에서 우리가 인도보다 뒤처진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상승세에 대해서는 "지난 아시안게임 이후 급성장했다"면서 "전체적인 기록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못한 게 아니라 인도가 워낙 잘해서 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도 다시 새롭게 준비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양 감독은 "한국 양궁이 컴파운드에서 인도를 잡고 다시 컴파운드도 충분히 인도를 잡고 다시 세계 정상에 올라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컴파운드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준비하면 올림픽에서도 컴파운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7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임시현이 시상대에 올라 3관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비록 컴파운드 종목에서는 인도에 열세를 보였지만, 리커브 종목에서만큼은 여전히 강자임을 입증했다. 특히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7연패를 달성했고, 막내 임시현(한국체대)이 3관왕을 달성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이에 양 감독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남자 양궁이 개인전에서 3위를 한 게 아쉽지만, 여자 양궁이 단체전 7연패와 개인 3관왕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선수들에게 너무 잘했고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대회 3관왕으로 신흥 에이스의 탄생을 알린 임시현에 대해 "3관왕을 해줘서 개인적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예선부터 끝까지 1위를 놓치지 말아야 3관왕이 가능한데, (임)시현이가 완벽하게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안산(광주여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해 에이스로 떠올랐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겨우 2살 터울인 두 선수는 개인전 결승에서 격돌했는데, 이를 두고 '신구 대결'이라 부르기엔 어색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한국 양궁이 뛰어난 선수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의미다. 양 감독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이어 "새로운 선수들이 계속 올라오면 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자극이 된다"면서 "흐트러지지 않고 다시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 감독은 중국과 여자 단체전 결승을 이번 대회 명승부로 꼽았다. 특히 세트 스코어 3 대 3으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마지막 사수로 나선 임시현이 연거푸 10점을 명중해 승리를 이끈 데 감명을 받았다. 그는 "우리가 승리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제일 좋았다"고 떠올렸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인 만큼 매번 정상에 오르는 게 당연시됐다. 반면 선수들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터. 양 감독은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양궁은 금메달을 따면 당연한 거고, 못 따면 못했다는 평가가 따른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 양궁을 향한 뜨거운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양 감독은 "항상 한국 양궁을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항상 금메달을 목표로 달려갈 것이고, 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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