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恨 풀려 했는데…' 29년 만의 金 무산된 배드민턴 모자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복식 결승에서 한국 김원호(왼쪽)-최솔규가 인도의 사트윅세라지 란키레디-치라그 셰티와 경기하고 있다. 항저우(중국)=황진환 기자

어머니의 대를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특히 29년 만에 개인전 금메달로 어머니의 아쉬움을 풀려 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김원호(24·삼성생명)는 최솔규(28·요넥스)와 함께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결승에 출전했다. 그러나 남자 복식 세계 3위 사트윅세라지 란키레디-치라그 셰티(인도)에 0 대 2(18-21 17-21)로 졌다.

결승 진출이 무산돼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남자 복식은 이번 대회 서승재-강민혁(이상 삼성생명)도 탈락하면서 은메달 1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원호는 특히 아쉬움이 남았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여자 배드민턴 전설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53)이다. 길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 복식과 1995년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1993~1995년 전영오픈 여자 복식 3연패 등 엄청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다. 길 감독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여자 단체 금메달을 따냈지만 1990년 베이징, 히로시마 대회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에 그쳤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 복식 김원호(왼쪽부터)와 어머니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 최솔규. 노컷뉴스


길 감독은 전날 아들이 4강전에서 이긴 뒤 "내가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이 없는데 아들이 29년 만에 아쉬움을 풀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원호도 "어머니가 현지까지 와주셔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면서 "이제 마지막 1경기 남았으니 어떻게든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인도의 벽이 높았다. 세계 랭킹 15위인 최솔규-김원호는 1세트를 18 대 15로 앞섰지만 잇따라 6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안았다. 상대 전적 2연패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2세트도 16 대 21로 내줬다.

경기 후 김원호는 현장에서 응원을 보내준 어머니와 관련된 질문에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은메달을 따냈고, 여기서 끝이 아닌 만큼 앞을 향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내년 파리올림픽을 다짐했다.

최솔규도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지만 인도 선수들이 잘 했다"면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노 메달이었지만 여자 선수들도 그렇고 이번 대회는 결과가 나왔다"고 자평했다. 29년 만에 대를 이어 금메달에 도전했던 모자의 도전은 일단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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