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한국 육상의 전설은 한국 스포츠에서 차세대 전설이 될 인재를 일찌감치 주목하고 있었다.
장재근 국가대표 선수촌장(61)과 배드민턴 여왕으로 우뚝 선 안세영(21·삼성생명)이다. 장 촌장은 안세영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확신하고 있었다.
안세영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천위페이(중국)를 꺾었다. 세트 스코어 2 대 1(21-18 17-21 21-8)_ 승리로 우승을 장식했다.
지난 1일 여자 단체전 우승까지 안세영은 대회 2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단체전과 개인전까지 한국 배드민턴에서는 모두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의 금메달이다.
안세영은 당시 방수현에 이어 2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다. 방수현은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유일한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역사를 썼다.
올해 안세영은 방수현의 뒤를 차곡차곡 따르고 있다.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 우승과 단식 세계 랭킹 1위 등극 모두 방수현 이후 안세영이 27년 만이고, 아시안게임 2관왕도 29년 만이다. 특히 안세영은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단식을 제패했다. 방수현은 1993년 세계선수권 결승에는 올랐지만 우승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전설이 될 자질이 충분한 안세영의 아시안게임 맹활약을 장 촌장은 예상하고 있었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안세영의 훈련을 눈여겨봤던 장 촌장은 7일 취재진과 만나 "안세영을 보니 새벽부터 오전, 오후까지 정말 열심히 훈련하더라"고 운을 뗐다.
특히 밤 늦게까지 이어진 개인 훈련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장 촌장은 "안세영이 밤에 혼자 나와서 폼을 가다듬는 훈련을 하더라"면서 "그런데 그게 세계 랭킹 1위가 된 다음에도 계속 됐다"고 강조했다.
장 촌장은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지만 팀 훈련을 마치고 따로 개인 훈련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안세영은 세계 정상인데도 빠짐 없이 나와서 몸을 가다듬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아주 즐기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안세영의 부모 안정현(54), 이현희(48) 씨도 딸이 엄청난 노력형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 딸을 응원하고 있는 안 씨 부부는 취재진과 만나 "세영이는 천재가 아니라 정말 노력하는 선수"라면서 "매일 운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자신과 약속을 지키고 해보자 하면서 훈련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안세영도 단체전과 개인전까지 체력 부담이 컸지만 이겨낼 수 있었다. 안세영은 "내가 그동안 힘든 새벽 훈련을 해왔는데 괜찮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격렬한 동작이 많아 무릎에 통증도 있지만 이겨냈다. 대한체육회 김보영 선수촌 의과학부장은 "선수촌은 물론 현지에서도 매일 트레이너로부터 마시지를 받는다"면서 "자기 관리가 정말 철저한 선수"라고 귀띔했다. 이어 "체력이 좋아지고 관리도 잘 하니까 정말 경기를 즐기면서 한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장 촌장은 1982년 뉴델리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남자 육상 200m 2연패를 이룬 전설이다. 장 촌장은 "배드민턴 대표팀 모두 체력 훈련 등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다"면서 "그 중에서도 더 열심히 훈련한 안세영이 좋은 성적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전설은 전설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