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비스트'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헨리 제임스 소설 '정글의 짐승'을 자유롭게 각색, 각기 다른 세 시대에 환생한 여자 가브리엘(레아 세두)과 남자 루이(조지 맥케이),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담아낸 작품이다.
'더 비스트'는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공식 초청,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직접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 KNN 시어터에서 열린 '더 비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한 감독은 영화의 시작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헨리 제임스의 단편을 각색한 '더 비스트'는 기본적으로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는 작품이다. 감독은 영화의 시작을 '멜로드라마'로 잡은 후 헨리 제임스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면 가슴 아픈 아름다운 소설이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보면 항상 사랑과 두려움을 좀 더 밀어붙여보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그리고 이것들을 여러 가지 장르에 섞어보고 싶었다. 시대를 탐색해보고 싶어서 한 세기 이상을 다뤄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겪는 재앙과도 같은 다양한 두려움과 같이 각 시대는 그 시대의 재앙 내지 사회·정치적인 사건이나 이슈와 얽혀 있다. 대표적으로 1910년은 프랑스 파리 대홍수를 담아냈다. 그리고 각 시대의 재난 혹은 재앙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감독은 "1910년을 보면 그 시대는 20세기가 평화와 진보가 가득찬 시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어려움과 제약 그리고 대홍수도 있었던 시기"라며 "2014년을 선택한 이유에는 엘리엇 로저(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44년을 그려내는 주요 소재는 AI(인공지능)다. 이를 표현하고자 한 이유에 관해 감독은 "4~5년 전 각본 작업을 시작하면서 생각한 건 AI가 동시대적인 게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나에게는 굉장히 큰 두려움이 되고 있다"며 "AI를 만들어내는 분들은 AI가 원자폭탄만큼 위험하다는 말도 한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배우들이 파업 중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 미래라는 것도 동시대적인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은 "여성을 어느 때보다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싶었다. 이 영화는 가브리엘의 이야기뿐 아니라 가브리엘 역할을 하는 배우에 대한 영화라 할 수 있다"며 "'더 비스트'는 어떤 면에서는 다큐멘터리이자 가브리엘에 대한 픽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가브리엘을 연기할 수 있는 건 레아 세두일 수밖에 없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레아 세두는 프랑스 여배우 중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 생각했다"며 "굉장히 오랫동안 레아 세두를 알아왔다. 레아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는 미스터리적인 것도 있다. 카메라는 이런 미스터리적인 부분을 아주 사랑한다"고 밝혔다.
당초 루이 역은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이 맡기로 했으나 그가 스키 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하며 다른 배우를 찾아야만 했다. 다른 프랑스 배우를 캐스팅할 경우 가스파르와 비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독은 미국 또는 영국 배우 가운데서 루이 역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고심 끝에 캐스팅한 배우가 바로 조지 맥케이다.
감독은 "런던에서 조지를 만나서 잠깐 이야기해보고 굉장히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연기 측면에서도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는 동일하더라도 언어도 다르기에 영화가 다소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굉장히 완벽한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흡족해 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상당히 복잡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지만, 감정 자체는 아주 심플하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 이건 영화의 핵심이 되는 감정"이라며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감정적인 여정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본인을 내려놓고 영화에 몰입하시길 바란다"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