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 KNN 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에는 저스틴 전 감독, 정이삭 감독과 함께 배우 스티븐 연과 존 조가 참석했다.
지난 4~5년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의 급성장과 함께 K-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와 함께 할리우드에서도 재미교포 영화인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와 저스틴 전, 그리고 코고나다 등 한국계 감독들이 공동 연출한 애플 TV+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OTT와 별개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통해 '1인치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인을 '영화'라는 하나의 문화 안으로 끌어들여 '보편성'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새삼 깨닫게 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국경이란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걸 가장 지근거리에서 체감하고 있는 게 바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 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의 삶, 즉 우리의 삶을 궁금해 한다는 게 너무나 큰 기쁨이었다. 그래서 힘이 됐다"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런 상황을 고무적으로 느끼고 있고, 또 기쁘다"고 말했다.
'미나리'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스티븐 연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 만드는 작품은 물론 한국 영화가 공감을 받는 상황이 좋은 것 같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고 화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넷플릭스 '피지컬: 100'을 봤는데, 우리 스스로를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할 것인지 재정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분들 역시 우리의 작품을 그렇게 느끼길 바란다. 서로 위로하고 연결되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백인 동료가 나와 영화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는 게 너무나 기쁘다. 이는 우리가 자라면서 느끼지 못한 것"이라며 "주류 사회가 우리와 연결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걸 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소통이 열리고 있는 아름다운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경험을 콘텐츠에 녹여내고 있고, 각종 영화제 등을 통해 널리 인정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스티븐 연은 "이민자의 상황을 잘 인지하는 현실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시스템이 많은 사람을 위해 기능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고, 이러한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민자 정신이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등을 향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스틴 전 감독은 "다른 이민자들도 그들의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섬처럼 따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민자를 만나보면 '어느 나라의 한국 사람 같다'고 말한다. 굉장히 흥미로운 융합 현상이 있다"며 "나만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결을 느낀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리 모두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게 진정한 멜팅 팟(Melting Pot·인종의 용광로, 여러 인종·민족·문화가 뒤섞여 하나가 되는 일)으로서의 미국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정이삭 감독은 "이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성장하면서도 '난 한국 사람이니까 잊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살았다. 그래서 디아스포라는 내게 개인적인 의미로 느껴진다"며 "거기엔 장소에 대한 상실이 담겨 있다. 한국에 와서 한강을 지나다 보면 한국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부모 세대도 그렇게 한강을 바라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디아스포라라는 건 분리되면서도 연결되는 느낌이고, 새로우면서도 오래된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완전히 새로운 세 번째 어떤 것이기도 하다"며 "우리 모두가 어느 곳에 있든 다들 연결할 수 있는 범주라고 생각한다. 또 그걸 넘어 초월적이고, 영속성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영구적이고, 우리 스스로를 볼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돼준다"며 "그래서 디아스포라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와 울림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