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보유한 서울 서대문구 땅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부가 이해승의 손자인 이우영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국권침탈 때 기여한 공으로 1910년 일제가 하사한 후작 작위와 1912년 한국병합 기념장 등을 받고 일제 패망 때까지 특권을 누렸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이해승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소송 대상이 된 토지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임야(2만7905㎡)다. 이해승은 이 땅을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1917년 취득했다. 친일재산귀속법에 따라 러일전쟁 개전(1904년)부터 광복 때까지 일제 협력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법무부는 2021년 2월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이 땅을 1957년 할아버지 이해승으로부터 상속받았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땅은 1966년 경매에 넘어가 제일은행 소유가 됐다가 이듬해 이 회장이 도로 사들였다. 이 회장 측은 "제일은행과 별도 매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회장 손을 들어줬다. 친일재산귀속법 3조 1항에 '친일재산은 국가 소유로 하지만 제3자가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는 단서 조항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친일재산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취득했거나 알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경우 권리가 유효하다"면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상속인이라도 제3자 범위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항소했지만 2심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2심은 제일은행이 친일재산인 줄 모르고 경매를 통해 땅을 취득한 점에 주목했다. 이 땅을 정부가 환수할 경우 제일은행과 이 회장의 과거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적으로 말소될 것인데, 이는 제일은행의 권리를 해치는 셈이라 법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