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해 경찰로 보낸 권순일 전 대법관 관련 사건을 1년 9개월여 만에 다시 넘겨받았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 등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부터 송치받아 반부패수사1부(강백신 부장검사)에 배당해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임 중이던 2020년 7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그해 9월 퇴임한 뒤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해 1년간 매달 1500만 원씩 총 1억 5천만 원을 고문료로 받았다. 이때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 없이 법률자문 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의 무죄 판결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일명 '재판거래' 의혹의 골자다. 재판 전후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의 사무실을 8차례 방문한 기록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한 시민단체는 2021년 9월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정부 검찰의 대장동 수사팀은 2021년 11~12월 권 전 대법관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지만 재판연구관 보고서 등 핵심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검찰이 청구한 대법원 압수수색 영장도 법원에서 발목을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듬해 1월 뇌물 혐의를 제외한 공직자윤리법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사건을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6대 범죄)가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했다. 경찰은 1년 9개월 동안 사건 수사를 진행했지만 권 전 대법관을 소환하지는 않았다.
최근 중간 간부 인사 등으로 수사팀 재정비를 마친 검찰은 경찰과 협의를 거쳐 권 전 대법관 관련 사건을 송치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거래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권 전 대법관 관련 사건을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법조계에선 이번 송치를 기점으로 검찰의 권 전 대법관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권 전 대법관은 관련 논란이 불거진 뒤 "알지 못하는 일이고 전혀 사실무근이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심각한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권 전 대법관은 작년 12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을 한 뒤 서초동에 개인 사무실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