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5일 "우리 세대의 젠더갈등이 지속하면 과거 지역갈등보다 훨씬 심한 망국적인 갈등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거론해 '젠더 갈라치기' 논란을 빚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공산전체주의'에 대해 "국립국어원도 모르는 근본이 없는 단어"라며 "우리 정치에 있어서 앞으로 계속 반복될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 대배예실에서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세대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시간 가량 강연했다. 이번 강연은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가 주관하는 '정치인 초청 강연'으로 지난달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연사로 나섰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등 공식석상에서 자주 언급한 '공산전체주의'를 "국립국어원도 모르는 근본 없는 단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구글에 검색해보니 국립국어원 사이트에 '공산전체주의의 뜻에 대해 알려주세요'라고 질문했다. (국립국어원이) 뭐라고 답하느냐에 따라 사상 초유의 국립국어원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으니 굉장히 떨며 답했을 것"이라며 "3일 간 고민 끝에 '공산전체주의는 국어 사전에 올라 있지 않아서 의미를 안내해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정치에 있어서 앞으로 계속 반복될 비극이라고 보는 것이 아젠다 세팅 자체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우리가 다같이 힘을 합쳐서 어디로 나가야 되는지가 불명확해진다"며 "계급주의에 대해 강하게 반기를 들었던 것이 공산주의였다. 전체주의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동일하게 사람들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은 애초에 형용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적절한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산업화에 기여한 흔적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대선 구호였던 '공정과 상식'에 대해서도 "공정은 '얘들아 나 검사다'고, 상식은 '딱히 전문적인 분야가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이재명 후보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처음으로 민주화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 본인이 인권 변호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력은 제가 찾을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카르텔을 통해서 때려잡는 게 정치권의 주요 과제가 돼버렸다. 야당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본인을 방어하시느라 아젠다를 하나도 못 내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먹고 살만한 문제'라는 주제로 정치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를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2000년생 남성의 결혼 문제, 캣맘 이슈,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의 택시면허제 문제, 성중립 화장실 찬반 논쟁 등이 사례로 쓰였다.
이 전 대표는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공산전체주의보다 젠더이슈가 더 크다. (성별)할당제 문제는 나의 취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인들은) 이런 것을 토론 주제에 올리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런 갈등을 정치권에서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면 절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진실을 인양하겠다'고 많이 약속했다"며 "문 대통령이 퇴임하시고 나서도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진실 인양을 얘기하고 계신다"고 짚었다.
이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되는데 세월호 조사기구를 구하는 데 들어가는 게 세금"이라며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고였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 세금을 주라고 동의한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활동 범위를 정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성 안심보안관 제도'를 놓고서도 "서울시의 몇 십만 개의 화장실을 조사하고, 몇 십억 원의 예산을 쓴 다음에 몰카 발견은 0건이었다. 애초에 저런 식으로 잡힐 몰카가 아닌데 몇십 억 예산을 투입해가지고 몰카를 찾아다닌 것"이라며 "공감해주는 것과 별개로 정치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위안부 할머니들 입장에서는 박근혜 정부 때 사과 비스무리한 것을 받아와서 마음이 안 좋을 수 있다. 민주당은 '우리가 더 나은 협상을 하겠다. 그러니까 파기합시다' 이랬다"며 "5년이 지난 다음 결론은, 더 나은 내용은 없이 지속됐고, 문재인 정부 시기에 할머니 열 분이 돌아가셨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저는 위안부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이분들이).'홀로그램 할머님을 만들어서 계속 추모할 것이다'라고 답했던 것"이라며 "정치인의 말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감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대표의 강연이 열리기 전에는 숭실대학교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왔다. 그는 2020년, 2022년에도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출연해 여성가족부와 시민단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겨냥한 발언을 해 두 차례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교내 게시판에는 익명의 학생이 대자보를 통해 "이러한 이준석을 숭실에 초청한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의 의도는 무엇이냐. 이준석에게 '대한민국 정치와 미래세대의 역할'이라는 이름으로 혐오 발화의 기회를 주려는 학생회를 규탄한다"며 "약자 혐오, 갈라치기 정치를 일삼는 이준석은 숭실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학생들의 반대에도 초청 강연이 강행되자 이날 오전 5시 20분부터 숭실대 학생회관 앞에서는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준석의 학내 초청 강연을 강력 규탄하는 숭실대학교 연합'은 이날 "이 강연은 숭실대를 포함한 학생사회에 소수자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정치를 하나의 '정치 전략'으로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대학이) 이렇게 혐오정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