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3高 공포 언제까지…정부도 "불확실성 상당"

고유가에 또 고개든 물가…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美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금융시장 연일 출렁
'10월 불안' 지속 가능성도…정부 "필요시 안정화 조치"

류영주 기자

2%대까지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유가 상승 영향으로 다시 두 달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근 내놓은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채권 금리와 원·달러 환율도 연중 최고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공포가 다시 확산한 가운데, 당분간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긴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시 고개 든 물가…유가 변수 여전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이다.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6월 2.7%, 7월 2.3%까지 하락했으나 8월에 다시 3.4%로 반등한 뒤 이번에도 연속으로 올랐다.
 
주요 상승 요인으로 꼽힌 건 국제유가였다. 유가 상승으로 1년 전 대비 석유류 가격 하락폭은 9월 4.9%로, 7월 25.9%, 8월 11.0%보다 크게 축소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에 따라 앞으로 (물가 흐름이) 달라질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이후 급등세를 보였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조짐으로 간밤 5.61% 급락하며 8월 말과 비슷한 배럴당 84달러선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안정세가 지속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차익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주요국 고금리 장기화 예상에 따라 국제유가 오름세는 점차 진정될 전망"이라면서도 "연말까지 글로벌 원유 공급부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유가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이달부터는 물가 상승세가 다시 둔화될 것이라고 봤지만, 국제유가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고금리·고환율 리스크도 再부각

연준이 지난달 내놓은 기준금리 전망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다. 연준 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담은 최신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최종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6%, 내년 중간값은 5.1%로 각각 제시됐다. 연내 0.25%포인트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내년에도 5%를 웃도는 고금리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특히 내년 중간값은 6월에 내놨던 전망치보다 0.5%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추석 연휴 기간엔 이 같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힘을 싣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일(현지시간) 연 4.8%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간밤엔 미국의 민간 고용 둔화 데이터가 연준 기준금리 인상의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4.735%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연합뉴스

미 국채 금리 상승은 한국 국채 금리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등 채권 금리의 연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뜩이나 부채에 짓눌려있는 가계와 기업에도 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 금리 기준물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4.081%로 마감했다. 연고점이었던 전날에 비해 0.027%포인트 소폭 내렸지만,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됐던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리 고공행진과 맞물려 달러 가치도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도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환율은 연휴 기간 시장 충격을 한꺼번에 흡수하며 전날 1360원선을 돌파, 10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가 5일 미 국채 금리 소폭 하락 등의 영향으로 13.0원 내린 1350.5원에 마감했다. 급락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연중 최고 수준의 흐름이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상승과 반대로 국내 증시는 약세가 지속되면서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2400선과 800선에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는 모양새다.
 

10월 불안 심리 지속 전망…정부 "필요시 안정화 조치"

시장에선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된 11월 초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는 금리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해당 회의에서 실제로 0.25%포인트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결정이 내려질지 여부도 아직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경제 관련 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다양한 예측이 나오면서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1월 초에 FOMC가 예정돼 있고, 11월 중순까진 (미국 의회에서) 새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중단)을 면할 수 있다"며 "11월 초까지는 경계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 단기 변수로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6일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 발표, 12일 FOMC 9월 회의록 공개와 미국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 등이 거론된다. 윤선정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국내 금리가 대외 이벤트에 더욱 의존적이고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시장은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대외 불확실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면서 필요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전개를 예의주시하면서 한층 더 높은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투기적 거래로 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고 필요시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 등도 적기에 시행하겠다"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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