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방과 외교, 통일 이슈를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안보열전' 시간입니다. 김형준 기자 어서 오세요.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기자]
추석 명절이 끼는 바람에.
[앵커]
추석 명절 직전에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있어서 사실 그 날 같이 얘기해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현장 취재 가 있었잖아요.
[기자]
맞아요. 제가 광화문에 나가 있었죠.
[앵커]
그렇죠. 그 때 실물이 처음으로 공개된 무기가 있어서 오늘 그거 얘기해 주시겠다고요.
[기자]
'현무' 시리즈라고 하는 지대지 미사일입니다. 1은 다 퇴역했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현무-2, 순항미사일인 현무-3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다 공개가 됐고요, 그 다음에 물건들은 '고위력 탄도미사일' 이렇게만 언급하면서 이른바 비닉(庇匿) 사업, 즉 비밀리에 개발하고 운용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국군의 날에 바로 그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 TEL에 실린 채 등장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설명을 하지 않아서,
[앵커]
공개만 하고요?
[기자]
네, 그냥 나오기만 하고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이들 궁금하실 텐데 이런 게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왜 공개됐는지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
[앵커]
우리가 비밀리에 개발해서 운용을 하고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이게 만약에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우리는 이걸 써서 대응을 하는 그런 무기인가요?
[기자]
네. 북핵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의 하나인 대량응징보복체계, KMPR에서 이 미사일이 핵심 무기가 되는 겁니다.
처음 보이는 이동식 발사차량, TEL, 이게 현무-2C입니다. 이건 새로운 건 아니고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시험발사를 참관했을 때 공개된 거예요. 사거리 800km를 날아가는 2단짜리 미사일입니다.
[앵커]
저 바퀴 10개 달린 차량에 실려 있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온 또다른 바퀴 10개 TEL은 이번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사실 얼핏 봐서는 처음 것하고 구분이 좀 어려울 텐데,
[앵커]
좀 비슷해 보이는데요?
[기자]
차량 뒤를 한 번 자세히 봐 주세요. 미사일 발사 때 나오는 화염을 막아주는 방열판이 있어요. 이게 더 큽니다. 그리고 앞쪽을 자세히 보시면 발사관도 길이가 좀 차이가 나요.
국방부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이렇게만 얘기하고 있어서 정체가 뭔지 공식적으로는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다만 몇 년 동안 조금씩 흘러나온 얘기들을 모아서 퍼즐 일부를 제가 맞춰볼 수가 있었어요.
[앵커]
퍼즐 일부를 좀 맞췄다… 이게 지금 언론 보도마다 저게 뭔지 내용이 조금씩 다 다르거든요? 김형준 기자가 취재를 더 해보셨나요?
[기자]
저도 뭐 100% 장담까지는 드릴 수 없습니다만,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3종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현무-2의 고위력 업그레이드 버전.
[앵커]
기존에 있던 현무-2의 업그레이드 버전?
[기자]
네, 그리고 현무-4, 현무-5 이렇게 3가지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먼저 현무-2 고위력 버전은 말 그대로 기존 현무-2 미사일에 무거운 탄두를 단 미사일입니다. 2021년 9월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나와요. 당시에는 다들 그 전해(2020년)에 개발이 성공했다는 현무-4로 받아들였고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국방부에서 현무-4의 진짜 모습을 숨기려고 '고위력 탄도미사일'이라는 이름으로 퉁쳐서 현무-2의 고위력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고 합니다.
[앵커]
현무-2에 좀 무거운 탄두를 단 버전인 거죠.
[기자]
네네, 맞습니다. 현무-4는 제원이 공개된 바는 없지만 언론 취재로 인해서 탄두중량이 2톤, 사거리 800km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TEL에 실려 나온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바로 이 현무-2 고위력 버전 혹은 현무-4로 추정이 됩니다.
[앵커]
아직 이것도 정확하지 않은 거네요.
네, 사실 2톤도 단거리 탄도미사일 치고는 상당히 큰 탄두중량인데 더한 게 있습니다. 현무-5, 지난해 국군의 날에 발사 영상이 공개됐는데 무려 8톤 탄두를 장착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가 힘든 미사일입니다.
[앵커]
앞서 말씀하셨던 게 2톤짜리였는데, 이게 8톤이라고요?
[기자]
네, 8톤이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발언으로 일부 제원이 공개됐는데, 직접 한 번 들어 보시죠.
"10월 1일 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고위력 현무-5를 일부 살짝 맛만 보여 주고 공개했습니까?… 고위력 미사일에 대해서는 세계 유일하게 우리가 탄두 8톤에 총중량 36톤 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들한테 안심을 시켜 줄 뿐만 아니라 우리 군에도 자긍심을 심어 주기 때문에…"
총중량 36톤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쉽게 말씀을드리자면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미니트맨 3랑 거의 비슷합니다. 물론 그쪽은 핵입니다. 그래서 탄두가 한 수백킬로그램 정도밖에 안 돼요. 차이가 나기는 나요. 근데 그래도 중량은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에, 현무-5라는 미사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군이 최소한, 아무리 못해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은 된다, 그걸 입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다만 이번에는 이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공개된 게 다입니다.
[앵커]
근데 방금 말씀하신 게 8톤 탄두를 단 미사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그런데 이런 걸 만든다고 해서,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 핵전력에 우리가 어떤 위기감을 심어줄 수 있나요?
[기자]
재래식 전력으로 맞서보겠다는 건데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뭐 전술핵에 비유하곤 하는데 전술핵급은 아닙니다. 핵무기의 폭발력은 절대로 따라갈 수가 없고요.
다만 고위력 현무 미사일이 노리는 건 관통력입니다. 고등학교 때 물리로 돌아가 보면 운동에너지는 속도의 제곱에 질량을 곱한 값에 비례합니다. E=1/2mv^2라고 하죠. 발사할 때 질량을 크게 하면요, 공중에서 위치에너지가 붙어요. 그러면 종말단계에서 미사일이 낙하할 때 마하 10 이상의 빠른 속도가 나오고 그만큼 운동에너지가 증가합니다. v(velocity),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니까요. 그렇게 땅에 격돌해서 일단 깊게 파고든 뒤에, 그 다음에 폭발합니다.
[앵커]
무거울수록 폭발력이 굉장히 커지는?
[기자]
관통력이 커지고, 그 다음에 관통이 깊게 될수록 그게 끼치는 피해도 더 커지는 거죠. 그래서 언론에서 전술핵에 비유를 한 거예요. 버금간다고.
이러면 북한 지도부가 지하 시설 어디에 숨어도 안전할 수가 없거든요. 뭐, 그런 시설이 한두개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자주 옮겨 다녀야 됩니다. 그리고 또 피해도 있을 테니까 유사시에 치러야 될 대가가 매우 클 겁니다. 이런 보복적 억제 효과를 노리는 측면이 있고요. 북한이 또 이번 달에 정찰위성 3차 발사를 예고한 바가 있습니다. 아마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예상되는데 미리 경고하는 의미도 있어 보이고요.
[앵커]
잘 설명해 주셨지만 그래도 이건 핵은 아니고 재래식 무기잖아요. 위협이 될까요?
[기자]
사실 핵에는 핵으로만 대처할 수 있다, 이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는데 옛날 얘깁니다. 지금은 아니예요. 과거에는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고 해서 서로 핵무기를 가지면 억제가 가능하다는 말이 통했어요. 근데 지금은 아닙니다. 왜냐면 기술이 너무 발전했어요. 사이버·전자전, 비핵 정밀타격, 극초음속 미사일 등등 첨단기술의 발전 때문에 핵무기가 있어도 서로를 억제하는 걸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나온 게 '핵과 재래식의 통합(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이라는 겁니다. 워싱턴 선언에도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 이렇게 언급이 돼 있거든요. 억제에는 '너네가 뭔가를 하면 우리는 분명히 보복한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는 '신뢰성'이 중요합니다. 근데 예를 들어서 북한이 전술핵을 쓰는데 전략핵으로 보복한다 하면 북한 입장에서는 정말 그럴 거라고 믿기가 어려워요.
[앵커]
정말 또 핵을 써서 다 같이 공멸하자, 이런 얘기가 되니까?
[기자]
비례성이 안 맞거든요. 근데 오히려 상대 공격에 비례가 맞게 대응할 자산이 있게 되면 신뢰성이 오히려 올라갑니다.
억제전략에 확전우세(escalation dominance)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쉽게 말씀드리면 북한이 1이라는 공격을 한다고 칠게요. 그러면 우리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1.9, 2.5, 2.9까지 대응을 하는데, 그러면서 메시지를 보냅니다. 관두면 여기까지만 한다. 예를 들어 보복공격을 한 뒤에 완전무장 병력을 일단 대기시켜 놓고 일부러 전폭기 한두 대만 날려서 공중초계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합니다.
북한은 2를 할까 말까 하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거 같아서 물러납니다. 그러면 확전우세가 달성되고, 위기관리도 되는 거죠. 지금 말씀드린 건 사실 실제 사례인데,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때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처음부터 5로 대응을 하게 되면 그걸 맞은 북한은 또 5나 6, 7로 바로 갈 수밖에 없죠.
[앵커]
아, 1을 공격했는데 5로 바로 대응해 버리면?
[기자]
그래서 비례적 대응이 필요한 거예요.
국방대 설인효·손한별 교수는 올해 7월에 낸 논문에서 우리의 KMPR과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통해 대북 억제태세를 보완하는 것이 "북한이 어떠한 위기단계에서, 어떠한 공격 혹은 공격 위협을 가하더라도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모두 사용하는 유연성 있고 균형 잡힌 대응 방안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는 융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앞으로 창설되는 전략사령부가 이 KMPR 자산을 다루는데요, 그래서 유사시에도 사실 이 KMPR을 마지막 카드로 아껴두면서 북한의 핵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왜냐, 미사일을 우리가 다 써 버리면 북한은 다시 남은 핵을 동원해서 우리에게 확전우세를 달성하려고 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 분야가 다 그렇듯이 명쾌한 해답은 없지만 앞으로 억제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다양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