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의 이른바 '깡패 축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이에 능청스럽게 대응한 송민규(전북 현대)의 모습이 재조명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지난 4일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4강전에서 우즈벡을 상대했다. 이날 경기는 정우영의 멀티 골에 힘입어 한국이 우즈벡을 2 대 1로 제압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이날 더 많은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 다행일 만큼 우즈벡 선수들은 축구 기술이 아닌 힘으로 한국 선수들을 몰아붙이려 했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 선수들에 심한 태클을 걸어 댔고, 에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가슴을 심판 몰래 가격하는 장면도 중계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후반 17분엔 끝내 부상자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빠른 발로 상대 수비수를 흔들어 놓던 엄원상(울산 현대)이 다리를 부여잡고 쓰러진 것.
우측면을 돌파하던 엄원상에게 이브로힘할릴 율다셰프가 거친 백태클을 걸었다. 다리를 잡고 쓰러진 엄원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3분 정도를 더 뛰었지만 결국 불편을 호소하며 결국 안재준과 교체됐다. 엄원상의 부상은 우리에겐 큰 손실이다.
화제가 된 장면은 후반 27분 나왔다. 완벽한 역습 기회에서 백승호(전북)의 패스를 받은 조영욱이 퍼스트터치를 해놓고 공을 따라가던 찰나, 압둘로프 부리예프가 또 무모한 태클을 걸어왔다. 조영욱(김천 상무)은 그 자리에 쓰러져 통증을 호소했고, 부리예프 역시 한동안 경기장에 누워있었다.
그 찰나 송민규가 프리킥 공간 확보를 위해 파울 지점에 공을 놓았는데, 다브로노프가 심판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송민규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가격했다. 이에 송민규가 다브로노프에 가서 항의했지만 다브로노프는 사과는커녕 되려 손바닥으로 송민규의 가슴팍을 밀쳤다.
둘의 신경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클을 걸었던 부리예프가 경기장에 누워 일어나지 않고 어수선한 사이 둘은 또다시 붙었다.
다브로노프가 송민규의 발 쪽으로 침을 뱉는 듯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것. 송민규는 즉시 다브로노프에게 다가가 웃으며 도발했다. 그러고는 주심이 있는 쪽으로 깡총 뛰어가며 다브로노프를 주심 쪽으로 유도하며 신경을 건드렸다.
주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주먹을 휘둘렀던 다브로노프가 주심의 시야 안에 들어오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 부리예프에게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종일관 경기장에서 거친 플레이를 일삼던 부리예프가 경기장에서 쫓겨나는 순간이었다.
해당 장면을 본 축구 팬들은 송민규의 행동에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송민규가 이번 대회에 VAR이 없는 것을 적극 활용했다"며 "팀에는 저런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흡족해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침을 뱉은 것까진 몰랐는데, 송민규가 오버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했다"며 칭찬했다. 이 밖에도 "잘했다", "제 역할 다했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우즈벡 사령탑 티무르 카파제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이 쓰러지면서 시간을 끌려고 한 부분도 있었다. 심판이 한국에 유리하게 판정한 것도 있다"고 발언했다.
카파제 감독의 이같은 발언에도 국내 누리꾼들은 "제대로 된 국제 경기였으면 우즈벡 3~4명은 퇴장 당했을 것", "창피한 줄도 모른다", "어이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카파제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뛴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