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압박에도 지속적인 원부자재 비용 상승으로 한계에 부딪힌 일부 식음료 업계에서 가격 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까지 10개월 여만에 최고 수치를 나타내며 수입 원가 부담을 더 키우고 있는데, 인상 요인이 누적됐음에도 정부와 여론 눈치를 봐야 하는 식음료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한다.
오비맥주는 환율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으로 제품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맥주에 붙는 주세 인상에도 가격 동결을 선언했던 오비맥주였지만, 더 이상은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힘든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사이 맥주의 주 원료인 맥아 수입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캔을 만드는 알루미늄 등 포장재 가격도 전년 대비 40% 오르는 등 인상 요인이 누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류비·보관비 또한 급등한 것이 사실이다.
다른 주류업체들은 아직까지 맥줏값 인상에 동참하지 않고 있지만, 통상 1위 업체가 가격을 조정하면 따라서 조정됐던 점을 고려할 때, 타 업체에서도 조만간 맥주 가격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원부자재 비용 부담이 등락폭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모두 우상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원달러 환율까지 높아져 수입 물가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공식품에서도 비용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 우유를 만드는 원유 가격이 생산비 급등에 의해 치솟자(음용유용 8.8%·가공유용 10.9% 인상), 유업계에서는 흰우유 출고가를 3~6% 인상했다. 가공유, 발효유, 치즈 등의 가격은 7% 안팎의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우유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빙그레는 6일부터 아이스크림 투게더의 가격을 편의점 외 유통채널에서 6천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하고, 끌레도르 바·파르페 제품도 각각 300원·500원 올린다. 해태아이스크림에서도 소매점 가격 기준 호두마루, 체리마루 등 원형대형컵 제품을 기존 5천원에서 500원 인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이 나쁜 것은 알고 있지만, 원유가격 인상에 물류·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식품업계의 필수 원재료인 설탕 가격까지 역대급 고공 행진을 보이면서 제과·제빵업계에도 정부에 의해 억눌려왔던 가격 인상 움직임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의 설탕 거래 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평균 가격이 500.65달러 였지만,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달 t당 평균 가격은 731.08달러까지 치솟았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대부분 국내 제당업체가 수입한 원당을 정제한 설탕을 활용하는데, 지난달 원당 가격도 톤당 586.52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6.23% 치솟았다.
제과·제빵 등 제조 원가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로 알려져 있고, 업계에서는 설탕을 대량으로 미리 비축해두기 때문에 즉각적인 가격 조정 압박은 덜하지만, 설탕값이 진정될 기미가 없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이상기후에 설탕과 같은 주요 원부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는 십분 이해하지만, 기업이 대책없이 버티기만 할 수는 없고 살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