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말한다. 한일전에서 지는 바람에 모든 게 꼬였다고.
한국 남자농구는 아시안게임 역대 최저 성적을 기록했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7-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종전 최저 성적은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 당시의 5위다. 7-8위 결정전에서 이긴다 해도 망가진 자존심을 회복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남자농구는 최후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7-8위 결정전의 상대는 다름 아닌 일본이기 때문이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지난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5-8위 순위 결정전에서 이란에 82-89로 졌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결승전을 장식했던 두 나라가 나란히 4강 진출에 실패해 순위 결정전에서 만났다. 일본, 중국에 이어 이란에게도 패하면서 자존심은 더욱 구겨졌다.
그런데 일본도 졌다. 8강에서 대만에 패해 순위 결정전으로 밀린 일본은 지난 4일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74-79로 일격을 맞고 5-8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두 팀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6일 오후 1시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의 7위와 8위 자리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한국은 지난 달 30일 조별리그 D조 경기에서 일본에 77-83으로 졌다. 이 때문에 조 1위로 8강에 직행할 기회를 놓쳤다. 대진도 꼬였다. 8강 진출 결정전을 통과했지만 8강에서 개최국 중국을 만났다. 중국에게는 70-84로 졌고 메달의 꿈은 사라졌다.
일본전 패배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최근 농구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가 단 한 명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서울 평가전에 뛰었던 준 대표급 선수도 거의 없었다. 대표 2진이라 하지만 그보다 더 떨어지는 전력이었다. 그런데도 졌다.
허훈은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최후의 한일전 승리가 이미 무너진 한국 남자농구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승의 꿈을 품고 항저우 땅을 밟은 선수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