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4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은빈의 단독 사회로 진행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개막식에는 전 세계 영화인과 영화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흘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는 69개국 209편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0편을 포함한 269편을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대영 등 총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개막작은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 폐막작은 중국 닝하오 감독의 '영화의 황제'가 선정됐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투병 중이던 윤정희는 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올해는 원숙한 연기로 매 작품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며 한국 영화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고 윤정희 배우를 선정했다.
시상자로 나선 이창동 감독은 "한국 영화의 수많은 별이 있지만, 윤정희 선생은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이었다"며 "10대 때부터 내 마음의 별이었던 윤 선생과 함께 영화 '시'를 찍었던 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고 윤정희의 딸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백진희씨는 무대에 올라 "우리 어머니는 매일의 생활 속에서도 환상 세계와 현실의 만남을 겪으셨다. 마치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의 주인공 미자 같이"라며 "지난 십여 년은 중병과 싸워야 했지만, 영화 '시와 '여러분의 이런 애정이 멀리 있는 어머니를 행복하게 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의 호스트로 BIFF 손님맞이에 나선 대한민국 대표 배우 송강호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올해는 특별히 부국제에서 호스트로 불러주셔서 아주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이분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호명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비슷한 세대의 영화인이나 그 시대 수많은 영화 팬께서는 정말 잊히지 않는 마음속 우상으로 남아 있는 분"이라며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진짜 스크린 속 영웅이다. 영화계 큰형님이자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분"이라고 소개했다.
수상자로 호명된 주윤발은 "배우를 시작한 게 1973년이다. 올해는 딱 50년이 되는 해"라며 "50년은 확실히 긴 세월이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또 어제 같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가 배우가 될 수 있게 해준 홍콩 TV 방송사에 감사하다. 내가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해준 홍콩 영화계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그리고 나의 아내에게 감사하다. 내가 걱정 없이 앞만 보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미 깊은 상을 주셔서 부국제에 감사하다. 그리고 한국 팬 여러분께 감사말씀 드리고 싶다. 긴 시간 동안 사랑과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마친 주윤발은 무대 위에서 관객석을 향해 셀카를 찍으며 한국어로 "김치~"를 외쳤다. 이어 한국어로 "기뻐요!" "사랑해요!"라고 팬들을 향해 말한 뒤 송강호와 손을 꼭 잡고 무대를 내려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